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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새 유전자 암치료법 개발 문우철 중앙大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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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말기암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세가지 절망을 안고 산다.현대의료로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는 절망,그리고 병걱정에 돈걱정까지해야 하는 환자를 외면해야 하는 절망,아무리 노력해도 환자의 정신적 위안이 될 수 없다는 절망이 그것이다.새 로운 유전자 암치료법을 개발한 중앙대의대 문우철(文宇哲)교수도 이같은 절망을 늘 경험하는 의사다.그래서 암세포와 싸우는 그의 연구도 결국 자신이 안고 있는 절망과의 싸움일 수밖에 없다.그는 중앙일보(7월30일자 1~3면 보도)를 통 해 자신의 연구 결과가 소개된 뒤 더 많은 절망과 만나고 있다.몰려오는 환자로 1주일사이 3㎏이 빠졌고 얼굴엔 피곤한 빛이 역력했다.그가 암에 던진 도전장은 세계가 주목할만큼 탁월한 효과를 보여준다.이같은 연구 성과 뒤에는 빛바랜 작업복 바지 2벌로 1년을 나고,하루용돈 2천원으로 만족하며 일요일도 없이 밤11시까지 연구실에 불을 밝히는 알려지지 않은 치열한 연구정신이 있다.암 정복을 위해 매진하는 그를 본지 과학기술부 신종오(辛鍾午)부장이 만났다. -신문에 보도되고나서 밤늦게까지 환자들을 보신다고 하던데…. 『기사가 나간 날부터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전국 각처에서전화 문의와 환자 방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1주일만에 말기암환자만 6백여명을 진료했는데 그중 2백여명은 외래에서 다 볼 수 없어 밤11시까지 연구실에서 추가로 상담했습니 다.또 일반외과 임현묵 교수님,내과 허성호 교수님등 다른 임상과에서 상담한 환자를 포함하면 1천명이 넘으며 10월말까지 예약된 환자는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환자가 몰리면 아무래도 민원이나 청탁환자도 많겠죠.
『같은 의료계 선.후배는 물론 언론계.국회.복지부.법조계에 계신 분들로부터 환자 의뢰가 폭주하고 있습니다.그러나 현재 임상실험 대상 환자수가 제한돼 안타까울 뿐입니다.먼저 치료를 받기 위한 청탁.압력이 없지 않지만 임상실험 대상의 기준이 있기때문에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습니다.저희 병원에서는 현재유전자치료 임상실험에 포함시킬 환자의 명단과 순서를 정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우 지친 얼굴인데 병이나지는 않겠습니까.
『낮에는 진료와 수술때문에 주로 밤을 이용해 연구해오던 습관이 있어 건강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단지 성격상,그리고 유전자치료라는 것이 환자들에게 생소해 설명해주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힘이 듭니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유전자 치료가 관심을 끌고 있고,p53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람의 몸에는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액셀러레이터와 이를 억제하는 브레이크가 있습니다.의학적인 용어로는 발암유전자와 항암유전자라고 하는데 이 두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등 균형이 깨질 때 암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p53은 암의 발생이나 진행을 막는 대표적인 브레이크입니다.따라서 정상적인 p53유전자로 망가진 p53을 수리해 암세포를 죽이거나 증식을 멈추게 하는 것이 이번에 개발한 유전자 치료의 원리입니다.』 -실험 대상 환자에 들어가기 위한 기준은 어떤 것입니까.
『과거 진료를 받은 의무기록과 현재의 건강상태,환자의 소망등을 참작해 결정합니다.첫번째 대상조건은 기존의 치료법으로 실패하거나 가망이 없는 말기암 환자들입니다.그러나 같은 말기암환자라도 치료제가 몸안에 들어가 반응을 일으키는 기간 은 살아있어야 하므로 환자가 혼자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최소체력은 유지해야 합니다.두번째 치료대상은 p53이라고 하는 항암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이 발생한 경우입니다.간암의 경우 대부분 대상군에 들어가지만 나머지 암은 50%정 도만 해당됩니다.세번째는 유전자 치료의 임상실험에 따르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완전히 이해하고 동의할 때입니다.그러나 이상과 같은 조건을 만족시킨다해도 다른 병원에서 치료 불가능 판정과 퇴원을 권유받는 환자에한해서만 시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로진료절차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반적인 진료절차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다만 암세포의 DNA검사를 통해 p53의 이상 여부를 가려내야 하므로 다른 병원에서 채취한 암조직을 잠시 빌려오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물론 의무기록지와 방사선과에서 촬영한 필름을 지참하는 것도필요합니다.』 -현재의 시설과 연구인력의 한계때문에 치료 대상을 무한정 늘릴 수 없을텐데 앞으로 치료제의 대량생산과 대량임상 계획이 있습니까.
『현재 몇몇 관심있는 기업이 공동연구를 제안해오고 있는데 조건만 맞으면 노하우를 제공하려고 합니다.또 임상실험에도 참여 의사를 보이는 대학이 있기 때문에 올해 말부터는 환자 치료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그렇게 되면 한달에 5백명 정도는 혜택을 입을 것으로 생각됩니다.임상실험을 객관화하고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더 많이 주기 위해 다른 대학병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랍니다.』 -이번 연구는 현대의료로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암환자만을 선택해 시도했는데 초기암에 적용할 생각은 없는지요. 『사실 암의 용적이 작을수록 유전자 치료 효과는 더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그러나 이미 효과가 검증된 치료법을 마다하고 아직 의학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치료를 선택해서는 안됩니다.예컨대 수술만으로도 치유 가능성이 높은 환자가 수술을 피하고유전자 치료를 원한다면 우매한 생각입니다.우리가 치료 대상으로말기암환자를 택한 것은 혹독한 조건에서도 항암효과와 안정성을 확인받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계속 말기암환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그중에서도 어떤 암이 특히 효과가 있습니까.
『아직 모든 암에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현재까지 간암과 폐암,신장.방광.전립선암등 비뇨기암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이밖에 대장.위.식도.췌장.난소암도 적용이 가능하며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 -文교수의 치료법에 대해 세계 최초라는 표현을 써도 되는지요. 『부담스런 표현입니다만 인체암,특히 간암등에서 p53유전자 치료를 시행해 항암효과를 관찰한 임상실험으로는 처음인 것같습니다.아직 증례수가 적고 관찰기간이 짧다는 것이 의학적인 결점이지만 앞으로 늘어나는 임상실험 결과는 세계 의학 발전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음을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표현이 이상합니다만 文교수 자신이 암에 걸린다면 아직 임상효과와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은 이 치료법을 따르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현재보다 부작용이 크고 약효가 떨어지더라도 환자로서가 아니라 의학자로서 제가 개발한 임상실험에 자원했을 것입니다.그동안 이번 실험에 기꺼이 동의해주신 환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비뇨기과 전문의로서 어떻게 다른 암도 함께 치료하게됐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제가 궁극적으로 보는 환자는 물론 신장과 방광.전립선등 비뇨기암입니다.그러나 p53유전자를 이용한 치료법이 대부분의 암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다른 암에도 관여하게 됐습니다.물론 이경우 해당과 선생님들의 치료를 중심으로,제가 협 력하는 식으로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유전자 치료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갖게 됐습니까.
『90년부터 암의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시작했지만 국내에서는 한계가 있어 92년 미국 M D 앤더슨 암센터에서 연수하며 유전자 치료의 기본 기술을 배웠습니다.그뒤 국내에 돌아와 연구실을 차려 지금까지 조금씩 기술을 터득하고 있습니다 .』 -연구방법론과 결과의 재현성에 의문을 갖는 학계 비판도 나올 것같은데 앞으로의 연구계획과 보완해야할 실험은 무엇입니까.
『그렇습니다.과학의 첫번째 조건은 재현성이며,제 자신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비판적인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향후 계속적인임상실험과 비교군과의 실험이 이루어져야 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이번 연구의 기초적 세포실험과 동물실험 결과 는 이미 국내외 학회에 보고한 바 있으며,임상실험 결과는 동료 교수들과 함께 정리해 국내및 미국의 암관련 학회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암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암 정복은 언제쯤 가능할 것같습니까.
『암과의 싸움은 선과 악의 투쟁입니다.우선 암세포는 탐욕스럽습니다.무한증식을 통해 자신을 살찌우고 몸 구석구석에 씨를 뿌려 세력을 넓혀갑니다.게다가 다른 정상조직에 파고들어 철저히 파괴하는 모습은 질서와 평화를 깨며 기생하는 폭력 조직과 유사합니다.저는 암 연구를 하는 모든 분들을 악과 싸우는 전사(戰士)라고 부르고 싶습니다.그리고 언제인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선이 결국 승리하리라고 믿습니다.아직은 요원해보이고 힘들지만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봐주시고 격려해주시 길 바랍니다.』 -지금하고 계신 분자생물학적 치료분야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요. 『향후 암 치료는 유전자 치료나 항암단백.암백신등 분자생물학적 방법이 주도해 나갈 것으로 생각되며,특히 인체 게놈 프로젝트가 2000년대 초에 완결돼 인체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면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선진국이 유전자관련 연구의 지적재산권을 주장하며 엄청난 압력을 행사할 것 같다는 것입니다.』 ***리어카 패션에 용돈 2천원 -항상 지하철을 이용하고 빛바랜 작업복 바지만 애용하는등 검소한 교수로 소문나 있는데 성격 탓입니까,돈이 없는 것입니까.용돈도 하루 2천원을 넘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이 바지와 신발을 리어카 패션이라고 하더군요(웃음).1년전시장통에서 8천원씩 두벌을 사서 바꿔 입고 다니는데 그렇게 편할 수 없어요.하루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내기 때문에 멋보다 편리성을 찾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겠죠.식사는 구내 식당에서 해결하니 드는 돈이라야 지하철비와 담뱃값 정도지요.』 -연구원들의인건비와 시약등을 개인 부담 하신다고 들었는데 생활은 어떻게 꾸려가십니까.
『자꾸 부끄러운 질문만 하시는데….연구에 욕심을 내다보니 제월급이 들어가고 아버님께서 일부 지원해주시기도 하는데 연구비도아껴 쓰면 그렇게 많이 드는 것은 아닙니다.생활비는 방사선과 전문의인 아내가 시간제 근무를 해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그는부인의 이름조차 밝히길 거부했다).』 ***父母등 집안 醫師 모두 17명 -부친께서 부산대의대 학장을 지내신 비뇨기과 원로의사이시고,가족중에 의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부산에서 개업하고 계시면서 한국전립선연구재단을 설립하신 아버님(文孝重박사)과 산부인과 전문의인 어머니,또 7남매(3남4녀)중 5명이 의사며,전부 의사와 결혼했습니다.삼촌집안까지 합치면 집안에 의사가 17명이나 됩니다.』 -생활철학이 가정교육에서 나온 것같은데….
『서울대에서 의학도의 길을 걷던 시절부터 아버님은 의사생활은즐거운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시곤 했죠.의학 발전을 위해 자식들을 의술이라는 제단에 바친 제사장의 정신을 가지고 교육하신 듯합니다.저 역시 아이들(장녀 중1,장남 초등6년 )이 의사가 되려고 한다면 의술은 고되고 외로운 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려고합니다.』 -가족중에 함께 암분야를 연구하는 의사도 있습니까.
『삼촌인 부산대의대 문상은(文相殷.일반외과)교수,매제인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용태(金溶泰)교수.이화여대의대 비뇨기과 최학룡(崔學龍)교수,그리고 미국 존스 홉킨스대에서 인체유전학 학위를 마치고 이스트 캐롤라이나대학병원 내과의사로 근무중인 동생철소(哲昭)가 있으며 서로 학문적인 동지로서 정보를 나누고 있습니다.』 [정리=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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