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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의현장>2.경남 거창고등학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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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경남거창군 거창고 강당.무대위에서 남녀학생들이 6명씩 함께 노래하며 춤춘다.노래말이 바뀌자 남녀짝들이 팔짱을 끼고 돌며 노래를 이어간다.
『그만! 동작 확실히 하고 노래도 크게 불러.맨 뒷줄 두번째남학생,왜 새삼스레 부끄럼을 타니? 마지막 연습이야.다시 시작!』 지휘를 맡은 학생이 큰 소리로 외쳤다.이날 오후7시 「빛과 소금」 모임에서 소그룹별로 발표예정인 합창 준비 현장이다.
「남덕유.북덕유 40여리(17㎞)에 걸친 장쾌한 능선,1천3백~1천5백를 오르내리는 운해(雲海)의 대파노라마.덕유산 종주등반대회에 참가할 사람은 등산부에 연락주십시오」.
본관 입구 벽에 붙은 벽보의 내용이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학생들은 잠깐 골목길에 나온 듯 편안한차림새.모든 학년이 4학급씩,전교생수가 5백90명인 소규모의 거창고에서는 왠지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다.
놀이로 채워진 연중일정표도 현란하다.▶3월초:동아리별 신입회원 끌어모으기 설명회▶4월말:사흘동안 수업을 전폐하고 체육.학예.취미활동등 40여분야를 진행하는 개교기념예술제▶6월초:지리산이나 덕유산으로 떠나는 1박2일 봄소풍 등반대회 ▶7월중순:동아리별 1주일여 단합대회▶9월:이틀동안 저녁시간 치르는 연극제.합창제등 가을예술제,그리고 발이 푹푹 빠지도록 첫눈 내릴때인근 학교농장으로 나가는 토끼몰이….
거창고 교과운영은 여느 인문계 학교와 같다.그러나 뭔가 다르다. 『영어.수학은 능력별로 50명씩 4개반으로 나누어 수업해요.한학기 두차례정도 반을 옮길 기회가 있습니다.처음에는 좀 스트레스를 받지만 오히려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삼열(柳三悅.17.고2)군은 분반수업 못지않게 거창고의 독특한 수업으로역사과목을 꼽는다.역사적 인물을 이해하기 위한 역사재판.역사연극등과 문화사 특강에 이은 문화유적답사 기행문 작성 과제등의 입체적 수업을 한다는 것이다.
수업에 대한 전권은 교사들에게 맡겨져 있어 이처럼 다양한 수업도 가능하다.
거창고의 놀라운 대입합격률은 인문계 고교가 「오직 공부」만 외치지 않더라도 만만찮은 진학률을 기록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95학년도의 경우 4년제대학 진학생이 2백9명.재학생의 약96%,재수생까지 포함하면 거의 1백%가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 이처럼 공부뿐 아니라 놀기도 잘하는 거창고에 입학하기 위해전국 각지 학생들이 몰려든다.순수 거창출신은 한학년에 다섯명 안팎.학생들 성적도 몇년사이 급상승해 올해 「거창인」이 된 여학생의 경우 모두 1백90점이상이다.『인성교육도 한다니까 경쟁이 점점 치열해져 입학성적이 높아졌습니다.인성교육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겠지요.우리는 영재교육보다 참인간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거창고가 영재교육에 너무 치우치는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신용균(愼鏞均.38)교사는이렇게 잘라 말한다.
거창=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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