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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종부세 깎아주면 … 전문가 5인 진단 ‘부동산 시장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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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주택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이 발표됐다. 하지만 이미 거래가 끊긴 고가 주택 시장은 잠잠했다. 23일 고가 주택이 몰린 서울 강남·서초·송파 일대의 부동산 중개업소엔 주택 수요자들의 문의전화만 가끔 걸려올 뿐이었다.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조정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시장은 차분했지만 종부세 개편안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찬반 열기는 뜨거웠다. 5명의 전문가에게 종부세 완화의 영향과 부동산 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폐지” vs “유지”=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이미 재산세에 누진세율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종부세는 이중과세나 마찬가지”라며 “이제 더 이상 세금으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손재영 건국대 교수도 “종부세는 징벌 과세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긴 힘든 악법”이라며 “종부세는 궁극적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종부세 유지를 주장했다. 그는 “종부세는 능력에 맞게 주택을 보유하도록 유도하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해 왔다”며 “이번 조치는 부자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것 이상의 정책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종부세 완화로 인한 조세 수입 감소를 놓고도 입장이 맞섰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세금 부족으로 지방 낙후지역과 취약 계층을 위한 재정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손재영 교수는 “지방의 재원 부족은 지방 교부세를 늘려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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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활성화 효과 없다”=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종부세 완화가 침체한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대출 규제와 미국발 금융위기, 고금리 기조 등 주택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워낙 좋지 않다”며 “이 때문에 이번 조치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제 완화 조치가 도리어 거래 위축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변창흠 교수는 “세금 혜택을 받는 6억~9억원대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매물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종부세 개편안이 서울의 고가주택 시장은 물론 지방 주택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선덕 소장은 “과세 대상 고급주택이 적은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이번 조치와 무관하다”며 “미분양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일부 고가 주택 중심의 부동산 정책은 위화감만 조성할 뿐”이라고 말했다.

◆엇갈리는 집값 전망=주택 가격의 중장기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김선덕 소장은 “금리 상승,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집값 안정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변창흠 교수는 “주택시장을 둘러싼 악재들이 상당 부분 해결되고 나면 서울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이 집값 불안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남수 팀장도 “종부세 틀이 깨지면 주택을 자산 증식 수단으로 삼으려는 수요가 늘면서 집값도 들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손재영 교수는 “지난 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을 바로잡으면서 동시에 꾸준한 공급 확대 정책을 펴야만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철현·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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