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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쓰는가정문화>6.男兒선호 언제까지-전문가 의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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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출생시에 딸이냐 아들이냐 하는 기대의 결과는 항상 반반일 수밖에 없다.누구도 그 결과에 대한 이유를 따질 수 없고 알 수도 없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아들 출생이 딸보다 월등히 많은 성비 불균형 현상이 심각하 다.이처럼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이런 현상이 있는 것은 분명 임신중 태아의성을 감별하고 남아의 출산만을 유도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딸을 임신한 어머니가 임신중절을 반복할 경우 어머니의 건강은심각히 손상되며 사회적으론 생명 경시의 비윤리적인 풍조가 만연하게 된다.최근 중년층에 붐을 이룬 늦둥이 출산만 해도 딸만 낳다가 뒤늦게라도 아들을 보기 위한 남아선호 사 상과 무관치 않은데 아기와 산모의 건강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는 일이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남아출산 유도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선 개인과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최근 정부는 태아성감별 의료 행위를 한 의사들의 면허를 취소하는등 성비불균형 해소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는 단기적 처방에 지나지 않는 다.아들 출산을 위해선 비윤리적 행위까지 감수하겠다는 당사자들이 있는 한의사들만 처벌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보다 중요한 것은 남녀간 성차별 의식을 해소시킬 수 있는 관련제도 개선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다.
가족법상 여성에게 불리한 조항들을 왜 아직껏 그냥 두고있는지,여성의 고용과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각종 법안들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최근들어 난무하는 여성 발전을 위한 정치권의 공약은 과연 얼마만큼이나 현실화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정부에 묻고싶다.한편으론 모든 국민이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의식을 가지도록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가치관이 1~2년새 바뀔 수는 없으므로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과정을 통해 태아의 존엄성과 남녀평등 사상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시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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