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新문화체험>이탈리아 문화기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로마의 여름은 덥다.머리 위에는 태양이 이글거린다.섭씨 35도를 뚫고 올라선 팔라티노 언덕.로마 공회장(로만 포럼)의 전경이 일순에 다가온다.로마 문명의 발상지이자 정치.경제.종교.
군사.문화의 중심지다.로마의 역사는 이곳에서 이뤄 졌다.2천년전부터 지은 각종 건축물이 죽어 있는 돌덩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로서 우리들 눈앞에 우뚝 서 있는 것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2천년 전에 건설한 아피아 가도.로마에서 이탈리아 남부의 브린디시까지 장장 5백40㎞나 되는 이도로는 로마가 국가기간시설을 얼마나 중시했는가를 말해준다.가도양쪽엔 일찍이 괴테가 찬미한 로마의 소나무가 우뚝 서 있다.
그렇다.역사는 분명 살아있다.오늘도 여전히 장대한 콜로세움에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2천년전 로마의 함성을 듣는다.오늘의 로마 시민들은 고대 로마인들이 살던 그곳에서 그들이 건설한 길과거리를 걷고 그들이 지은 집 속에서 노동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로마,이제 너를 만나러 간다!」 지난달 20일부터 7박8일간 나는 『로마인 이야기』독자들과 더불어 화석화된 역사가 아니라 오늘의 삶에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을 찾아나섰다.책의 무대를 찾아가는 이탈리아 문화예술 기행이다.
총 33명.대학생.연구원.교수.공무원.출판인.서점인.주부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독자들로 구성됐다.9명의 일본인도 『로마인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의 「독자」로서 동행했다.작가의 「30년 라이프워크」로부터 전달받은 쇼크에 가까 운 지적 체험과 흥미와 호기심이 고대 로마의 역사를 온몸으로 느껴보도록 충돌질했을 것이다.
그리스 시인이 철학을 만들었고 유대인이 종교를 만들었다면 로마인은 법을 만들었다.『로마인 이야기』는 법을 만든 로마인,사나이는 일구이언을 하지 않는다는 로마인의 도덕과 용기와 시스템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로마인의 이야기는 21 세기를 맞는한반도의 우리들에게도 새롭게 해석할 대목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무엇이 로마인으로 하여금 인류사에 전무후무한 대문명권을 이루게했고,또 장시간 지속하게 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작가 시오노는 30년 전부터 로마 탐험을 시작했을 것이고,그것은 바로 한 차원 높은 삶의 세계를지향하는 우리들 한국인의 작업일 수 있을 것이다.
80년대 중반부터 우리는 책과 역사의 현장을 총체적으로 인식하는 「역사기행」이라는 다소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토와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고 있는데 로마를 찾아간 이번 프로그램도 이같은 역사기행의 연장이라고 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이탈리아 기행은 고대 로마의 전통을 충실하게 계승했다고 할 베네치아를 아울러 살펴보는 것이었다.도대체 바다의도시 베네치아를 사람들은 어떻게 건설했을까.무엇이 그렇게 하도록 했을까.
일행 가운데는 로마뿐 아니라 베네치아를 이미 여러차례 방문한사람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것을 실감했다.『바다의 도시 이야기』에서 추구되는 역사와 사상은 이곳 현장을 통해 우리들 가슴과 머리에 화살처럼 박히 는 것이었다.
이제 베네치아는 우리에게 단순한 관광명소만은 아니었다.그것을건설한 인간들의 숨소리와 힘찬 망치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이 거대한 역사적 도시를 만들어낸 인간들의 놀라운 상상력과 역량의구체적 실체에 맞부닥쳐 우리는 흥분을 가누지 못하고 밤이 새도록 돌아다녔다.
역사는 살아있고,역사를 만든 사람들은 우리들 옆에서 숨쉬고 있음에 틀림없다.적어도 로마와 베네치아에서 우리는 이를 확인했다.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는 탁월한 오락』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역사의 경이로움과 준엄함에 대한 한 작가의 수사학일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