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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증거용 '錄取' 급증-외도.폭언등 담아 公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결혼생활 6년째인 朴모(32.여)씨는 올해초 남편이 지난해말부터 같은 회사 여직원과 바람피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갈라서야 겠다고 마음먹고 따졌지만 그때마다 남편은 『무슨 이야기냐.증거를 대라』며 잡아뗐다.
결국 朴씨는 지난 5월 아무도 몰래 안방 전화기에 녹음기를 설치해 남편과 여직원의 통화 내용 녹취에 성공,서울 강남의 속기사무소를 찾았다.
녹취한 테이프로 배우자의 불륜을 입증하려고 속기사무소를 찾는이들이 늘고 있다.속기사무소는 녹취된 내용을 문서로 옮겨 공증해주는 곳으로 강남의 서초동과 강북의 태평로.종로 일대에 몰려있다. 이곳에서 녹취.공증된 기록은 법정에서의 증거 능력은 인정받기 어렵지만 당사자들 사이에선 이혼 여부를 결정하거나 재산분할.위자료 청구등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하기 일쑤다.비용은시간당 35만원으로 건당 평균 2시간씩 걸린다.
서울서초구서초동 G속기사사무소는 지난해 한달 평균 5건이던 이혼관련 녹취 공증의뢰가 올들어 10건 정도로 늘었고 서울강남구논현동의 H속기사무소도 지난해까지 한달 5~10건에서 올해 10~15건으로 늘어났다.특히 이혼을 위한 녹취 공증의뢰가 전체의 30~40%를 차지하는 것이 최근 속기사무소의 공통된 특징.이때문에 강남의 일부 경찰서 화장실에는 속기사무소 전화번호가 적힌 스티커들이 빽빽이 붙어 있을 정도다.
93년 9만3천5백57쌍이었던 이혼이 94년에는 10만8백88쌍으로,95년엔 11만2천1백80쌍으로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녹취바람을 부채질하는 또 한가지 이유.
태평로 동학속기사무소 박형섭(朴炯燮.31)소장은 『예전엔 쉬쉬하며 이혼했지만 요즘은 갈라서기 위한 자료로 배우자의 부정이나 폭력.폭언들을 녹취해 증거로 제시하는 것을 당연시하는게 사회적 분위기』라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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