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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대하기획 시리즈 '양자강1만리'를 끝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중국문화의 모태로 불리는 양자강의 문화예술을 총체적으로 파헤친 컬러 대하기획 「양자강 1만리」가 지난주 50회로 대단원의막을 내렸다.광복 50주년및 중앙일보 창간 30주년 기념사업으로 기획해 95년9월21일부터 매주 토요일(95 년 수.토 주2회 연재) 독자의 신새벽을 화려하게 열어 온 「양자강 1만리」는 국내는 물론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까지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취재.탐사를 위해 중국외교부가 처음으로 직접 취재허가를내준 것은 획기적인 사건이었으며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양자강 인걸이 만들어낸 문학.미술.음악.무용.연극등 삶의 총체적 예술을 한국과 중국의 관련학자 15명이 공동으로 탐사한 것도 초유의 사건이었다.뿐만 아니라 이를 지면에 반영하는데도 신문연재사상 드물게 전면을 할애하며 매회 5~6장의 대형컬러사진을 게재해 현장성과 예술성을 높였고 관련학자들의 해박한 설명은중국문화의 이해에 새로운 장을 열어놓았 다.
특히 40여일에 이르는 탐사기간중 양국 학자들이 숙식을 함께하며 한.중 문화교류의 역사적 유산을 새롭게 확인하고 나아가 동양문화의 미래상을 토론한 것도 이 탐사의 커다란 성과중 하나였다. 본지는 그간 장기연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원을 아끼지않은 독자 여러분과 주한중국대사관 관계자들,그리고 중국.한국학자들에게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또 협찬사인 대우가족과 삼성그룹에도 감사드린다.
끝으로 40여일간 양자강의 불볕더위를 감수하며 탐사여정을 성공리에 마치고 양자강 선상에서 가진 한.중 학자 좌담회를 에필로그로 소개한다.
[편집자註] ^이병한(李炳漢):서울대 중문과교수^김시준(金時俊):서울대 중문과교수^이병옥(李炳玉):용인대교수(동양무용전공)^오수경(吳秀卿):한양대 중문과교수^현경채(玄璟彩):서울대강사(중국음악전공) ^채진초(蔡鎭楚):호남사범대교수(문학)^손운령(孫雲玲):운남예술대교수(미술)^오교(吳釗):중국예술연구원교수(음악)^모계증(毛繼增):중앙민족대교수(음악)^손천로(孫天路):북경무도대학교수(연극)^주공평(周鞏平):상해옻술연구소연구원***본사 특별취재단 ^정교용 문화부장^최영주 문화부장대우^장남원 사진부차장^김윤철 사진부기자^박종권 전국부기자^전영기 기획부기자^이정재 문화부기자^신인섭 사진부기자 *이상 취재당시 직책및 부서 ◇사진작가 ^이해범(경희대강사)^왕상관(프리랜서)***사회 ^이은윤 국장대우(탐사단단장) 홍윤식(洪潤植)교수(동국대).한명희(韓明熙)교수(서울시립대).최병식(崔炳植)교수(경희대.이상 한국).남형(藍珩)단장(중국가극무극원 무극단)은 탐사완료후 개인사정으로 불참.
사회:40여일동안 양자강과 그 연안을 탐사하면서 중국문화의 밑바닥을 들여다보았다.지금까지 황하(黃河)문화권에 대한 관심이나 조명은 많았지만 양자강 문화.예술에 대해서는 처음이 아닌가싶다.이번 탐사의 의의를 든다면.
모계증:먼저 한.중 문화교류사상 최대규모로 이루어진 양자강 문화.예술탐사를 기획하고 지원해준 중앙일보측에 감사드린다.우리음악팀은 양자강 일대 7개 성(省)의 오지(奧地)를 주로 탐사했다. 현지에서 만난 학자와 주민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처음으로외국학자와 기자들에게 노출된다는 점에 놀라움을 표했다.지역단위문화인들과의 만남도 중요했지만 탐사중 한.중학자들이 우의를 다진 것도 커다란 성과였다.
***중국인도 못가본 오지 답사 오교:한국과 중국은 5천년의문화교류 역사를 지니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40여년간이념과 체제의 차이로 일시적 단절을 가져왔다.국교수립이후 이 단절의 간격은 좁혀지고 있고 특히 이번 탐사는 그 간격을 좁히는 촉매제가 됐다 고 본다.
손천로:중국학자들도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부분에 대해 한국이 대규모 탐사단을 보내 취재.연구하는데 감명을 받았다.이번 탐사는 동양문화의 원류를 찾고 한.중문화의 차이와 동질감을확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손운령:중국인이면서도 미처 가보지 못했던 중국미술사의 중요한사적과 유적을 둘러보았다.특히 구화산에 들어가 지장보살이 된 신라 김교각(金喬覺)스님의 발자취를 찾아본 것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수천년간 이어져온 한.중 양국 문화 교류의 뿌리가생생하게 살아있음을 실감했다.
현경채:이번 탐사를 통해 전공분야인 중국음악연구에 관한 무한한 아이디어를 얻었다.한족(漢族)과 소수민족의 음악을 현장에서직접 듣고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조류를 읽을 수 있었던 것도 탐사가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성과다.
오수경:이번 탐사는 중국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였다.여름철이라 탐사팀의 스케줄에 맞춰 현지공연을 준비하는것이 예상보다 어려움에도 중국측이 이해와 관심을 갖고 준비해줘무척 고마웠다.
이병한:중국문학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사람으로 고전을 통해 익힌 내용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어 정말 좋은 기회였다.
사회:새로운 사실에 대한 발견도 적지 않을 줄 안다.팀별로 탐사중 특별히 얻은 성과가 있다면.
김시준:모택동(毛澤東)이 태어난 소산(韶山)에서 그의 유묵과체취가 담긴 사적을 살핀 것은 아마 국내 처음의 일이라고 하겠다.중경(重慶)에서 중국인 희곡작가 양한생(陽翰笙)이 한국의 독립운동을 소재로 쓴 희곡 『무궁화의 노래』를 발견한 것은 의외의 성과였다.상해(上海)에서 초연된 이 연극을 당시 임정(臨政)요인들이 한복을 입고 참관했다고 한다.
현경채:곤명(昆明)에서 현재까지 무덤이 없다고 알려진 중국국가를 작곡한 섭이의 묘를 발견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또 이번 탐사에서 한국의 국악기가 대부분 중국에서 유래한 것임을 확인할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악기라도 한국음악과 중국음악의 맛은 전혀 달랐다.한국은 단아한 선비의 분위기라면 중국의 것은 화려한 기교로 일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모계증:이번 탐사는 「20세기 김지장(金地藏)」(신라승 김교각스님이 구화산에서 김지장보살로 추앙받고 있음을 뜻함)사건으로비유할 수 있다.한.중 학자의 공동탐사를 통해 두나라 음악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현장에서 바로 토론하고 확인한 다는 것은 마치 역사속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기쁨을 안겨주었다.
이병옥:아쉽게도 중국 전통무용은 대부분 관광자원으로 바뀌고 있는 인상을 주었다.이에 비해 현대무용은 아직 일정한 수준에는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상해등 곳곳에서 서양무용과 현대무용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은 활발하지만 아직 초기단 계의 혼란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상업화에 멍든 中전통문화 주공평:중국전통극의 백미인 『백사전(白蛇傳)』의 내용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현장에서 확인한 것이 서로 달랐다.예컨대 『백사전』에 나오는 금산사의 홍수사건이 백사의 복수처럼 그려지고 있으나 사실은 사랑의 눈물이흘러내려 홍수가 됐다는 것이다.
이런 점은 현장확인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또 귀주(貴州)성귀양(貴陽)에서 공연된 나희(儺戱)는 중국 가무악의 원류지만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어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오수경:중국 전통문화가 상업화와 보전이란 두 갈래에서 고민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상업화가 안되면 결국 단절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고 상업화하기 위해선 전통모습에서 많이 변질될수밖에 없다.이런 문제는 한국의 고민과도 일맥상 통한다.
사회:끝으로 중국문화에서 양자강문화가 갖는 독특한 분위기를 이번 탐사에서 발견했으리라 본다.그 특징과 위상을 든다면.
손천로:중국문화의 원류를 찾으라고 하면 지금까지 누구나 황하문명을 들었다.그러나 최근의 고고학적 발견과 연구를 통해 황하.양자강 이원설이 학계에서 폭넓게 인정받고 있다.이번 탐사에서새삼 확인했지만 고분에서 출토된 벽화의 무도문양 등은 양자강문명이 황하문명보다 세련되고 품위있는 것이었음을 보여주었다.
오교:한.중 문화교류는 한(漢)나라때부터 비롯됐다는 것이 일반적 학설이다.당시 북부 황하문화는 고구려.부여쪽으로 전달됐고중국 남방문화,곧 양자강문화는 백제와 신라에 전달됐다.현재 한국 국립국악원에 남아있는 편종(編鐘)은 바로 양 자강문화와의 교류가 남겨준 유산임을 말한다.그런 점에서 한.중 문화교류의 흔적은 양자강문명과의 교류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계증:세계8대 기이한 보물중 하나가 수현(隨縣)의 편종이다.2천5백년전 중국음악의 거대함과 이를 만들어낸 권력의 중앙집권화를 한눈에 보여준다.물산이 풍부하고 지세가 평탄한 양자강 주변의 남방문화만이 가져올 수 있는 성과다.오교선 생의 말처럼이 편종이 한국에 그대로 전래돼 지금껏 보존되고 있는 것만 봐도 장차 한.중 문화의 교류를 추적함에 있어 양자강문화가 지닌위치를 직감할 수 있다고 본다.
***학술.문화교류 진전 기대 주공평:남방연극을 대표하는 남희(南戱)는 양자강에서 시작됐다.북경(北京)오페라로 세계에 자랑하는 전통극 경극(京劇)도 그 뿌리는 역시 양자강이다.호북(湖北)성 무한(武漢)을 중심으로 한 한극과 초극에서 경극이 시작됐다. 사회:한국인은 물론 중국인에게도 이번 탐사는 양자강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안겨준 쾌거라고 하겠다.한.중 양국의문화.학술교류가 이를 계기로 보다 밀도있게 전개되리라 믿는다.
바쁜 중에도 특별히 시간을 할애해 탐사에 참여해준 한.중 학자 여러분께 재삼 감사드린다.
[정리=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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