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거짓말시키지 말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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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당장 회사 그만둘 거야”란 말은 직장인들 사이에 통용되는 대표 거짓말이다. 이때 “왜 그래? 거짓말시키지 마”라며 어깨를 두드리는 동료가 있어 힘을 얻는다. 하지만 동료의 말을 되짚어 보면 뭔가 이상하다.

접사 ‘-시키다’는 ‘(남에게) ~을 하게 하다’는 사동의 뜻을 나타낸다. “거짓말시키지 마”는 ‘거짓말하게 하지 마’란 의미가 된다. 거짓말의 주체가 바뀌어 버리기 때문에 ‘거짓말하다’란 뜻으로 ‘거짓말시키다’란 말을 쓸 수는 없다. 동료는 “거짓말하지 마”란 말을 잘못 표현한 것이다.

‘-하다’가 와야 할 곳에 무분별하게 ‘-시키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일에 맞는 사람을 소개시켜 줄게”는 말하는 이가 직접 적합한 사람을 추천해 주겠다는 것이므로 ‘소개해 줄게’로 충분하다. “차 주차시키고 사무실로 갈게”도 다른 사람에게 주차를 부탁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직접 주차장에 차를 대는 것이라면 ‘주차하고’로 표현하는 게 맞다.

‘-시키다’의 자리에 ‘~을 하게 하다’를 넣어 어색하지 않을 때만 ‘-시키다’ 꼴을 쓸 수 있다. “지난해에 해고했던 노조원들을 복직시켰다”는 바로 쓰인 예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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