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 주고 싶으세요? 책 읽는 기쁨이 먼저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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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선 총체적 언어교육 연구소장

중앙일보 북리뷰 팀의 작은 실험에 응한 아이들은 통념과는 달리 만화책을 한권씩만 골랐다. 둘 다 학습만화였다. 엄마 교육에 의해 그렇게 되었다면 교육을 시키지 않은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만화책만 골라올까?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영상시대의 교육환경에 의한 결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아이들과 엄마의 공통점은 수준 높은 그림이나 사진이 실린 책에 먼저 손을 뻗쳤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아이들은 재미있는 책을 고르는 반면 엄마는 아이들이 편식하지 않도록 교양을 넓혀갈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책을 고른 것이다.

아이들은 우선 재미있고 웃음이 있는 동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 책방에서 만난 홍민구(불암초등 2년)라는 아이는 『어리석은 판사』(시공주니어)를 골라 읽고 있었다. “왜 이 책을 골랐니?” 아이는 책 제목을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판사는 똑똑해야 하는데 어리석은 판사래서 웃길 것 같아서요”라고 대답했다. 틀림없이 아이들은 재미있는 동화를 선호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야기 구조가 단단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아이들은 같은 책을 읽고 또 읽는 경향이 있다. 책을 읽고 돌아서서 혼자 키득키득 웃다가 시간이 나면 다시 같은 책을 집어 들고 읽는다. 이런 책들은 대부분 이야기 구조가 탄탄하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관심분야의 책을 집중해서 읽으려는 경향이 있다. 팬터지를 선호하는 아이, 과학책을 좋아하는 아이 등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집중해서 읽는다.

이 단계에 이르면 아이들은 책에 빠져드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책을 골라 읽으려 든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가 한 쪽 분야에만 치우치는 것이 걱정돼 다양한 책을 권하게 된다. 아이가 책 읽는 맛에 들려 그렇다고 판단되면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아이가 책 읽는 기쁨을 누릴 줄 알게 되면 서서히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권하는 것이 좋다. 자신이 읽은 책 목록을 쓰게 하거나 책장 정리를 아이와 같이 하면서 도서관에서 책을 분류하듯이 과학책, 문학책, 역사책 등으로 분류하게 해서 자신이 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도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정태선 총체적 언어교육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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