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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굿바이 마이 프렌드" 호암아트홀서 3일 개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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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할리우드의 오락물이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오랜만에 감동적인 가족영화 한 편이 선보인다.3일 호암아트홀에서 개봉되는『굿바이 마이 프렌드』(원제:The Cure-「치료제」라는 뜻).『데드 맨 워킹』이 관객의 가슴에 슬그머니 납덩이를 달아 긴 여운을 남긴다면 이 영화는 맑은 물로 혼탁한 마음을 씻어내주는 느낌이다.
그러나 소재 자체는 결코 가볍지도 밝지도 않다.주인공은 에이즈에 걸린 열한살의 소년 덱스터(조지프 마젤로)와 친구 에릭(브래드 렌프로).에릭은 울타리 너머로 덱스터의 목소리를 들은 후 『가까이 가지 말라』는 엄마의 경고를 무시하고 담장을 넘는다.몇 살이냐고 묻자 열한살이라고 대답하는 덱스터의 조그만 몸집에 연민을 느낀 에릭은 친형처럼 그를 대한다.그러던 어느날 암치료제를 발견하는 영화에 자극받아 에이즈 치료제를 찾아 나선다. 온갖 종류의 초콜릿을 사다 주기도 하고 강가의 풀을 뜯어먹여 보기도 한다.거기에는 독초도 섞여 있어 덱스터가 병원에 실려 가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한다.그래도 에릭은 물러서지 않는다. 신문에서 뉴올리언스의 한 의사가 에이즈 치료제를 발견했다는 엉터리 기사를 본 그는 덱스터와 튜브로 미시시피강을 타고 내려갈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뉴올리언스에서 그들을 기다린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덱스터의 엄마(아나벨라 시오라)였다.이 여행의 후유증으로 덱스터는 숨을 거둔다.
아무런 극적 반전도 없이 정해진 결말을 향해 흘러가는 이야기.불치병 환자를 다루는 휴먼드라마라면 으레 있을 법한 이야기.
이 영화의 표면적인 스토리는 그렇게 상식적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상투적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 는다.에릭과덱스터의 관계를 풀어 나가는 아기자기하고 자연스러운 세부묘사가상식의 외피를 녹여 버리기 때문일까.
죽으면 우주에 혼자 버려질까 두렵다는 덱스터의 말을 기억하고에릭이 관 속에 자신의 냄새나는 운동화를 넣고 가는 장면,죽은척하고 의사들을 놀려 주다 마침내 그 장난이 현실로 변하는 장면,덱스터가 자신의 손에 피를 내어 불량배를 물리친 뒤 『내 피에는 독이 있다』고 절망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천진난만함을 앞에 내세웠지만 그 속에는 강렬한 슬픔이 응축돼있다.이 영화의 강점은 여기.철저하게 관객의 부담을 덜어 주면서 자연스럽게 카타르시스로 이끈다는 것.
예컨대 덱스터가 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상황설정과 죽음 앞에서도 명랑한 그의 성격,억울해 한번쯤 세상을 원망할 것 같기도 한데 전혀 표현하지 않는 엄마의 태도는 관객들의 공감을 가불하고 들어간다.
피터 호튼(32)감독이 에이즈에 대한 인식변화를 요구하는 계몽영화를 계획했다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에이즈환자의 고뇌와 인간에 대한 사랑을 말하고 싶었다면 너무 손쉬운 길을 택했다는 느낌이 든다.
덱스터가 동성애로 에이즈에 걸린 성인환자였다면 그가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까.에이즈에 대한 현실감이 없을 두 아역배우가 천진난만한 연기를 성공적으로 해낸 비결.모르는 게 약이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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