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가 학창시절에 남긴 글 중엔 하느님이 독서가들에게 최후의 심판을 내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최후의 심판은 이렇습니다. “그대들에게는 특별히 할 말이 없어. 그대들은 책읽기를 좋아했으니까.” 이 표현에서 책은 신이 내린 선물 정도로 읽히지요.
하지만 엄격히 따지고 보면 읽기가 그렇게 고귀한 행위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일상이 바로 읽기의 연속 아닙니까. 책을 읽는 행위는 읽기의 수많은 형태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 차를 몰고 출근하면서 신호등을 보고 멈추거나 달렸다면 신호체계를 읽은 것입니다. 날씨를 예측하고, 새로 옮길 집터를 잡는 일 또한 읽기의 한 종류입니다. 지난 총선의 승패 또한 민심을 바로 읽었느냐 잘못 읽었느냐에 따라 갈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세상살이의 모든 읽기에 필요한 판단력과 논리적 사고력이 바로 책읽기에서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도록 엄마·아빠가 먼저 책을 잡아야겠습니다.
정명진 Book Review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