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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어른이 먼저 책을 펼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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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의 러브 스토리보다 노부부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죽음을 맞거나 연주단이 마지막 순간까지 악기를 놓지 않던 장면에 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런데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당시에는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뛰어내린 어느 여승객의 품에 안겨 있다가 너덜너덜 해어진 채 발견된 책 한 권이 많은 사람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그 시절 독서는 사랑만큼 ‘숭고한’행위로 받들어졌나 봅니다.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가 학창시절에 남긴 글 중엔 하느님이 독서가들에게 최후의 심판을 내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최후의 심판은 이렇습니다. “그대들에게는 특별히 할 말이 없어. 그대들은 책읽기를 좋아했으니까.” 이 표현에서 책은 신이 내린 선물 정도로 읽히지요.

하지만 엄격히 따지고 보면 읽기가 그렇게 고귀한 행위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일상이 바로 읽기의 연속 아닙니까. 책을 읽는 행위는 읽기의 수많은 형태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 차를 몰고 출근하면서 신호등을 보고 멈추거나 달렸다면 신호체계를 읽은 것입니다. 날씨를 예측하고, 새로 옮길 집터를 잡는 일 또한 읽기의 한 종류입니다. 지난 총선의 승패 또한 민심을 바로 읽었느냐 잘못 읽었느냐에 따라 갈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세상살이의 모든 읽기에 필요한 판단력과 논리적 사고력이 바로 책읽기에서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도록 엄마·아빠가 먼저 책을 잡아야겠습니다.

정명진 Book Review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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