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짝 실수 아쉬움의 눈물체조 은메달 여홍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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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발만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한국에 올림픽 체조사상 첫은메달을 안긴 여홍철은 시상식이 끝난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주체하지 못했다.
1차시기 9.837점.8명의 출전선수중 최고점수였다.
그러나 여홍철은 2차시기에서 금메달을 굳히기 위해 「비장의 카드」로 남겨둔 쿠에르보 더블턴 (두바퀴반 비틀어뛰기)을 시도했다. 완벽한 공중회전-.그러나 심장이 터져나갈 듯한 긴장에 사로잡힌 여홍철은 착지순간 스피드를 죽일 수가 없었다.이를 악물고 두발에 힘을 주었으나 무려 세발이나 뒤로 밀려났다.
여홍철의 묘기에 넋을 잃었던 심판들의 입에서도 안타까운 비명이 터져나왔다.심판들의 고민을 반영하듯 오랜 침묵의 시간이 흐른후 전광판에는 9.675점이 새겨졌다.손에 넣었던 금메달이 은메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여홍철은 구슬같은 눈물을 떨어뜨리며 『너무 아쉬워요.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데…』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조성동코치가 『잘했다.그만 진정해라』며 몇번이고 등을 두드려준 후에야 여홍철은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다.여홍철은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비록 기대했던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한국체조가 올림픽에서 처음따낸 은메달.여홍철은 한손에 메달을 움켜쥔채 총총걸음으로 조지아돔을 떠나며 『시드니올림픽에도 도전해 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홍철의 도전은 이제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애틀랜타=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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