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日 과거청산法 제정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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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차대전이 끝난지 51년이 되는 지금까지 일본은 전쟁에 대한모든 보상 요구는 국가간 쌍방협약에 의해 청산됐다고 주장하면서개인차원의 보상을 도외시하고 있다.
형식적 법률논리로써만 뒷받침되는 이와같은 일본의 완강한 거부태도는 과거 일본에 피해를 본 주변국가들과 일본의 화해를 방해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이는 또 일본국민이 어두운 과거사를 극복하는대신 망각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일본의 만행으로 피해를 본 희생자나 그 유가족들은 아직 과거일본의 만행을 잊지 않고 있다.그들은 일본정부로부터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게 되자 일본의 변호사들이나 시민운동단체의 지원에힘입어 법정투쟁에 나섰다.개별적인 재판이 진행 될 때마다 기자회견등을 통해 일본인들에게 이러한 운동이 직접적으로 전해질 것이며 정치적 해결을 위한 토대를 조성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일본정부와 의회도 결국 개별차원의 보상을 위한 법적 기초를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이 법은 어떠한 경우에 얼마의 액수를 일본이 보상해야 할 것인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보상 전제조건과 범위를 결정하는 법률 없이는 일본법정이 제대로 판결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은 40년전인 지난 56년 이미 민족적.정치적.종교적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법을 시행했다.
일본에선 지금까지 보상 요구에 대해 별 신통한 결과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정부의 보상 거부태도에 대한 의구심과외국인들의 피해보상 요구에 대한 이해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도쿄(東京)의 아시아여성기금은 한국.필리핀.대만 출신 종군위안부 3백명에게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의 사과서한과 함께 1인당2백만엔씩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금은 정부주도로 설립돼 전쟁기간중 강제로 일본군에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들에게 전달할 위로금으로 쓰이게 돼 있다.일본정부는 우선 운영자금만 부담하고 기금은 민간기부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그러나 기부금이 충분하지 않아 일본 정부는 피해여성들의 의료적.사회적 혜택을 위한 추가재원 제공을 약속했다.
이미 기금의 절반 이상이 정부에서 나온 것이어서 민간기구라는의미는 퇴색해버렸다.이 때문에 일본 연정내에서는 종군위안부들에게 보상금을 직접 주고 이를 허용하는 법을 제정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종군위안부와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만행피해를 본 연합군 전쟁포로와 민간억류자들이다.
일본이 과거 자신의 어두운 역사 때문에 또다시 부정적 평판을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법적 해결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1인당 2만2천달러(약 2천만원)는 알맞은 수준이다.이와 더불어 일본이 지난 65년 한일협정에서 이미종결됐다고 주장하는 한국인 강제노역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정리=한경환 베를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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