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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치 않은 공연들이 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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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2008 서울국제공연예술제
10월 19일(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
서강대 메리홀·드라마센터·구서울역사 등
문의 02-3673-4561~4, www.spaf21.com

고만고만한 연극·뮤지컬에 질렸다면 이런 별식도 괜찮겠다. 18일 막이 오른 ‘2008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는 요즘 각국 공연계에서 화제가 되는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화제가 될 만큼 별나다는 얘기다. 공연을 보며 시간을 때우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원하는 관객이라면 어리둥절할지 모른다. 만만치 않은 작품들에서 지적·감성적 충격을 원한다면 도전해 봄 직하다.

개막작 다섯 작품 중 하나인 ‘체홉의 네바(사진)’는 칠레의 창작극. 김철리 예술감독이 올 초 산티아고의 한 극장에서 관람하고 반해서 들여왔다. 스페인어로 공연되는 작품이니 그 자리에서 대사를 알아들었을 리 없다. 다만 소극장에 극도로 작은 무대 세트를 설치하고 전기 스토브를 조명 삼아 출연배우 셋이 열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단다. 몸으로 전해지는 열기랄까.

1905년 ‘피의 일요일’을 배경으로, 체호프의 아내이자 당대 러시아 최고 여배우였던 올가 크니페르의 절망을 다룬다. 사회에 어떤 비판적 역할도 하지 못하고 극장 안에 갇혀 버린 연극의 현주소를 질타하며 “관객 따위는 필요 없어”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김 감독은 “돈이 없어 공연을 못 한다는 연극인에게 이렇게 제한된 세트와 조명으로도 얼마든지 서슬 퍼런 연극을 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세트와 밀착해 설치한 디지털 자막기로 끊임없이 대사가 흐르지만, 김 감독이 그랬듯 내용을 무시하고 몸짓과 목소리에만 집중하는 것도 괜찮겠다.

올 초청작 중엔 체호프의 작품이 유독 많다. 본고장 러시아의 ‘바냐 아저씨’와 이 작품을 아르헨티나식으로 해석한 ‘비련의 여인을 바라보는 스파이’, 구태환씨가 연출하는 한국의 ‘벚꽃 동산’ 등이다. 김 감독은 “대극작가가 출현하지 않는 요즘 시대가 전통의 재해석으로 회귀하게끔 하는 것 같다”고 평한다.

한 가지 모티브를 다양하게 해석한 작품들을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영국 마이클 클락 컴퍼니의 ‘으으으음(Mmm..)’과 한국 안은미 컴퍼니의 ‘봄의 제전’은 똑같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바탕으로 한 무용극이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한 프랑스 자크 부르고의 1인극 ‘돈키호테’와 극단 몸꼴의 ‘돈키호테-인간적 열광’도 마임과 세트를 비교해 가며 볼 만하다. 다만 ‘돈키호테’를 비롯한 해외 참가작 일부는 이미 매진됐으니 추가 공연을 포함한 일정을 미리 확인해 봐야 한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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