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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고래사냥"등 최인호 인기소설 잇따라 무대올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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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최인호의 소설을 영화.연극으로 다시 만드는 리메이크 작업이 활발하다.영화 『불새』가 오는 8월 촬영에 들어가는가 하면 뮤지컬 『고래사냥』이 8월24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라간다.또 내년 2월에는 『겨울나그네』가 역시 뮤지컬로 제작 돼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일 예정이다.영화.드라마화는 많이 됐지만 최인호의 작품이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인호는 우리 문학사에선 70년대의 전설로 불리는 인물.72년작 『별들의 고향』을 비롯한 그의 대표작이 대부분 70년대에나왔고 당시 대학생중 그의 소설 한두권 읽지 않은 사람이 없을정도로 「낙양의 지가를 올린」작가다.
그런 그의 작품이 굳이 90년대 중반에 영화와 연극으로 재구성되는 이유를 문화가에선 「향수」라고 진단한다.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를 맞아 뮤지컬등 고급대중문화예술에 대한 선호가 늘어났지만 주소비계층인 40대를 끌어들일 마땅한 작품이 없는게 국내현실이란 것.『고래사냥』이나 『겨울나그네』는 작품자체가 뮤지컬화가 용이하다는 점외에 주타깃층인 40대의 문화향수를 자극,관객동원이 유리할 것이란 판단이 제작결정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겨울나그네』를 준비중인 뮤지컬전문극단 에이콤의 윤호진 대표는 『연극등 다른 문화상품에 비해 비싼 뮤지컬은 경제력이 있는 40대층을 타깃으로 하고 그들의 관람욕구를 자극할익숙한 작품을 택하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70년대말 80년대 초반의 이 작품들을 재구성할때의 가장 큰문제는 시점.현재의 감각으로 원작을 재구성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는게 제작진의 한결같은 얘기다.영화 『불새』는 군에서 제대한 이정재를 주연으로 캐스팅했고 『테러리스트』의 김영빈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김감독은 『주연배우 이정재의 이미지를 가장 잘드러낼 작품을 고르다 보니 최씨의 소설을 택하게 됐다』며 『70년대 정서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90년대의 감각과 언어로 바꿔놓느냐가 열쇠』라고 말했다.
8월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되는 『고래사냥』 역시 「90년대 고래의 의미찾기」를 주제로 내걸었다.82년작인 이 소설의 주인공 병태는 오늘의 젊은이를 대표하지 못하고 있기때문.극은 90년대의 역설적인 분위기를 적나라하 게 드러내는 대학생들의 재즈 파티로 시작된다.춤.노래.무용과 연극적 동작을결합해 오늘날 젊은이들의 현실과 20년전 젊음의 추억을 교차시켜 보여준다.볼거리많은 무대를 만들되 허무라는 이름의 강력한 현실메시지를 던진다는게 연출을 맡은 이윤택씨의 말이다.『영상과무대의 결합을 통해 90년대식 잃어버린 신화찾기에 나서는 작업입니다.오늘 젊은이들이 잃은 것,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파헤칠 생각입니다.대신 무대는 철저히 카니발식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주력 할 것입니다.』 「연극가의 문화게릴라」로불리는 이씨의 첫 본격뮤지컬 도전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작품에는 뮤지컬 전문배우 남경주가 90년대 병태역을,만능배우 장두이가 왕초역을 맡았고 탤런트 송채환이 춘자역을 맡아 열연한다. 97년 2월 예술의전당에서 개막될 『겨울나그네』는 다음달중 신인공모를 통해 주인공 다혜역을 찾고 12월중 먼저 음반발매에 들어갈 예정이다.연출을 맡은 윤호진씨는 『가장 뮤지컬화하기 쉬운 작품』이라며 『70년대 통기타와 낭만,사랑얘 기를 90년대의 정서에 차분히 담아내는게 과제』라고 밝혔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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