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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아디다스 - 푸마 - 나이키 ‘신발 연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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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운동화 전쟁

바바라 스미트 지음, 김하락 옮김
랜덤하우스, 416쪽, 1만3000원

 기업사를 읽다 보면 큰 길을 사이에 둔 두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야기가 많다.

심지어 월스트리트저널은 몇 년 전 미국의 한 시골마을에서 길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가전 수리업체간의 싸움을 커버스토리로 다뤄 화제가 됐다. 원래 이들은 한 점포에서 출발했다.

남편이 솜씨 좋은 기술자로, 아내가 마당발 같은 영업담당으로 돈을 잘 벌다 어느 날 이혼했다. 그 뒤 남편이 길 건너에 또 다른 수리점을 차려 양측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얘기다.

이 책에 등장하는 굴지의 독일 기업 아디다스와 푸마는 길이 아닌 ‘강’을 건넌 사례다. 이들은 뿌리가 같다. 형제인 아디 다슬러(셋째·아디다스 창업자)와 루디 다슬러(둘째·푸마 창업자)는 함께 뜻을 모아 당시만 해도 틈새시장인 운동화 산업을 일궜다. 아디는 운동화 제조에, 루디는 영업에 수완을 보였다. 나치 시대 히틀러의 스포츠 육성정책도 이들의 급성장에 도움을 줬다.

하지만 형제간 갈등으로 두 기업으로 갈라섰다. 사사건건 다투던 형제간 감정의 골이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기 때문이다. 기술이 뛰어난 아디다스와 영업이 뛰어난 푸마는 이렇게 탄생해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이들이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명예위원장, 축구황제 펠레, 체조선수 코마네치 등 스포츠계 거물들과 인연을 맺고 공생하면서 회사를 키운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아디가 기라성같이 등장한 나이키에 고전하며 추락의 길을 걷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두 기업 형제의 흥망성쇠를 쓰면서 같은 시장에서 함께 경쟁한 나이키 스토리까지 가미해 감칠 맛을 더했다.

두 형제는 죽을 때까지 화해하지 않았다. 이들 두 회사 안에서도 부인과 딸, 사위까지 얽히고 설킨 대립과 결별이 끊이지 않았다. 속된 말로 ‘콩가루 집안’을 보는 듯하다. 처음에 딱딱한 스포츠 마케팅 책인 줄 알고 읽다가 뒤로 갈수록 소설같이 흥미진지한 이야기에 흠뻑 빠졌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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