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현장>시흥 삼아알미늄 인근 산호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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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맑고 바람부는 날엔 7층이상 높은층에 사는 주민이,궂은 날엔 낮은층에 사는 주민들이 번갈아가며 악취피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오전8시쯤 산호아파트 주민 1백50여명은경기도시흥시논곡동 삼아알미늄공장앞 횡단보도에서 『공장에서 나는식초가 썩는듯한 악취때문에 두통증세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시위를 벌였다.주민들의 시위는 이날로 7일째.지난 12 일부터 안산경찰서에 집회신고를 내고 시위를 벌여온 주민들은 이날 경찰이 『주3회이상의 시위는 곤란하다』며 신고를 받아주지 않자 첫번째 「불법시위」를 벌였다.주민들이 이렇게 「불법」까지 불사하고 나선 것은 아파트와 불과 20여밖에 떨 어지지 않은 알루미늄공장에서 밤낮으로 뿜어대는 휘발성 잉크용제의 악취때문.
지난 92년 입주가 시작된 20,24평 규모의 16층짜리 산호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은 현재 2백60여가구 9백여명.
주민대표 윤현식(尹鉉植.36)씨는 『맑은날에는 공장쪽에서 나는 악취가 바람을 타고 고층에 사는 주민들을 괴롭히고 흐린날엔대기가 가라앉아 낮은층에 사는 주민들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골이 아파 자다가도 깰 지경』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특히 『이 아파트에는 30대초반 신혼부부와 어린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어 악취피해는 더욱 심각한 실정』이라며 『이같은 악취로 두통등 단순한 고통뿐만 아니라 어린이의 천식등 호흡기질환이 심하고 일부는 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물집이 생기는등 질병까지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92년 이 아파트에 이사온 全봉실(33.여)씨는 『입덧할 때두통과 구토증세가 하도 심해 원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젠 두살난 딸아이가 천식과 비염증세를 보여 한달에 20일이상을 병원에서 살다시피 한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같은해 입주한 李명은(36.여)씨도 자신의 목주위에 붉게 돋아오른 수두같이 생긴 자국들을 보이며 『공장악취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주장,피해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처럼 피해사례가 늘어나자 주민들은 지난 5월 공장측에 ▶전체주민의 건강진단을 실시해줄 것과 ▶신체적.정신적피해 보상을 요구했으나 공장측으로부터 아직 이에대한 회답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대해 삼아알루미늄의 이은수(李殷洙)이사는 『94년 14억원을 들여 탈취설비를 들여놨으며 경기도 보건연구원의 오염도검사를 통과했기 때문에 더이상의 조치는 곤란하다』며 『99년 공장을 이전할 계획이니 그때까지 참아달라』고 말했다.
또 공장의 한 관계자는 『삼아알루미늄은 75년부터 현공장부지에서 조업을 해왔고 아파트가 94년 뒤늦게 건설된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점은 공장부지 바로 옆에 아파트건설 허가를 내준 시흥시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시흥시건축과 관계자는 『아파트건축 허가를 내줄 당시설사 악취로 인한 민원가능성을 예견했다 하더라도 다른 요건이 모두 구비된데다 건축법상 악취와 관련,규제조항이 없어 허가를 내주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시흥=은종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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