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팀 8강탈락 충격과 파장-한국축구 위상 곤두박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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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축구의 사상 첫 올림픽 메달획득의 부푼 꿈은 끝내 무산됐다. 종료 9분을 남기고 야기된 어이없는 수비실수가 2년에 걸쳐 공들여온 노력을 순간 허공으로 날려버렸다.한국축구의 8강탈락은 한창 고조되고 있는 2002월드컵 유치의 환호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이로 인한 파장은 엄청 날게 틀림없다. 비록 우물안 개구리식의 국내프로 축구일망정 이미 출범14년째를 맞고있는 한국축구의 위상은 여지없이 곤두박질친데다 그동안 일군 월드컵본선 연속3회 출전의 찬연한 금자탑 역시 한꺼번에 허물어지고만 느낌이다.한마디로 한국축구의 허상을 여실히드러낸 셈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허망해진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이다.
이에따라 8강탈락을 둘러싼 축구계 내부의 진통이 한층 격화될것으로 보이며,이로 인한 국내축구의 위축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한국축구는 이제 웬만큼 성장한게 사실이다.특히 올림픽팀은 러시아출신의 명장 아나톨리 비쇼베츠감독취임이후 선진축구를 접목시키면서 비약적 발전을 이룩했음을 솔직히 부인하기 힘들다.그동안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단신을 극복,장신화를 이룬데다 게임을 풀어가는 다양한 전술.전략에의 개안등은특기할만한 대목이다.
한국은 94년8월 비쇼베츠감독을 영입하면서 올림픽호의 닻을 올렸다.88올림픽에서 러시아에 우승컵을 안긴 비쇼베츠감독은 특유의 과학적 지도로 한국축구를 한수준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며 아시아지역 우승을 차지했다.특히 한.일간의 200 2월드컵 유치전이 뜨거운 가운데 올봄 아시아 최종예선전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쾌거는 큰 성과로 남는다.
물론 이러한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 많은 돈이 들었다.올림픽대표팀은 94년1월 호주4개국 올림픽초청대회를 시작으로 지난 6월 유럽전훈까지 아시아.유럽.미국등 3개 대륙을 넘나들며 친선경기를 펼쳤고 러시아등 8개팀을 9차례 국내로 불 러들여 평가전을 가졌다.선수단 훈련비로만 약 11억원이 들어갔으며 비쇼베츠감독(월 2만달러)등 코칭스태프와 선수수당등을 포함,약 19억여원의 돈이 투입됐다.
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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