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 초기詩 세편 발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김소월(1902~1934)이 등단 이듬해인 1921년 발표한 시 세 편이 발견됐다. 북한에 남아있던 김소월의 자손들에 대한 1960년대 자료도 공개됐다.

월간 '문학사상' 5월호는 소월이 학생 교양지 '학생계'(한성도서 刊) 21년 4.5.12월호에 차례로 발표한 '마주석(磨住石)' '궁인창(宮人唱)' '서울의 거리'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시편은 75년 소월이 친필로 남긴 미발표 유고시 50여편이 발굴된 이후 30년 만에 찾아낸 것이다.

시인 오세영씨는 "'마주석'이 소월의 시 가운데 예외적으로 사물에 대해 인식론적 의미를 탐구한 작품으로 소월의 어느 시에 비견해도 손색없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궁인창'에 대해서는 "민요시 계열이지만 문학적 수준은 다소 떨어진다"고 말했다.

"산그늘에 주저 안젓은 서울의 거리!/이리저리 찌어진 서울의 거리!/어둑 축축한 유월 밤 서울의 거리!"로 이어지는 '서울의 거리'는 민요적 율조를 가진 소월의 다른 시들과 달리 사람과 전차 등으로 북적거리는 여름밤 서울의 거리를 39행에 이르는 자유시 형태로 쓴 작품이다.

오씨는 "이번에 뒤늦게 발견된 시들은 25년 소월의 첫 시집 '진달래꽃' 간행 당시 유실됐거나, 소월 사후인 39년 안서 김억이 '소월시초'를 펴내면서 문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소월의 자손들에 대한 자료는 66년 5월 10일부터 7월 2일 사이 북한에서 발간된 주간 '문학신문'에 연재된 탐방기 '소월의 고향을 찾아서'다. 탐방기는 김영희라는 기자가 소월의 고향인 평북 정주군 곽산면 남서동과 소월이 숨을 거둔 평북 구성군 서산면 평지동 일대에 남아 있는 소월의 생가와 분묘를 찾고, 당시 생존하고 있던 소월의 자녀 등을 만난 내용을 담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소월의 장남 준호(俊鎬)씨는 고향 농장의 목수였고, 둘째아들 은호(銀鎬)씨는 평북 경공업총국의 상급지도원, 셋째아들 낙호(洛鎬)씨는 평양의 한 설계연구기관 연구사였다. 소월의 고향 인근 문장리에 살았던 소월의 딸 구원(龜元)과 영실.정옥.열청 등 손자.손녀의 이름도 나온다.

탐방기에는 '소월(素月)'이라는 호가 고향 마을에 있는 산으로 일명 '진달래봉'으로 불리는 '소산(素山)에 뜬 달'이라는 의미라는 현지 주민의 증언도 실려 있다. 또 소월의 생가는 6.25전쟁 때 일부 파괴됐으나 장남 준호씨가 복원했고, 작가동맹원 일동의 이름으로 세워진 소월의 분묘 앞 시비에 소월의 대표시 '초혼(招魂)' 전문이 새겨져 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신준봉 기자

◆4월 30일자 23면 '소월 시 발굴' 기사 중 이번에 공개됐다고 밝힌 소월의 젊은 시절 사진은 이미 소개된 것이므로 바로잡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