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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대종살리기>전남 담양군의 대나무 보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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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곧은 절개와 굳은 덕을 상징하는 대나무로 유명해 「죽향(竹鄕)」이라 불리는 전남담양.
포근한 기후와 풍부한 강수량,비옥한 토질등 대나무 서식에 최적 조건을 갖춘 이곳의 대나무는 약 4백년전 죽물시장이 개장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일제(日帝)시대 전국을 석권하면서 명성을 쌓아갔다.
지난 79년 「군(郡)나무」로 지정된 담양 대나무는 지역 생태계와 문화.역사를 상징하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깃대종(種)」이다.솜대(粉竹).왕대.맹종죽(孟宗竹)등 8종류가 살고 있다. 주민들은 『담양군내 3백52개 자연부락중 대나무가 없는 마을은 담양읍 3개리에 불과하다』며 『국내 유일의 죽물박물관이 있고 정기적인 죽물시장이 열릴 정도인 우리 고장의 대나무가 자랑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대나무 질도 강인하고 세공에 알맞은 탄력성을 갖고 있어 죽제품들의 품질도 뛰어나다.
그러나 60~70년대 돈을 캐내는 「생금(生金)밭」이라는 얘기를 들으며 지역경제의 튼튼한 버팀목이었던 죽세공예품 산업이 플라스틱제품 등장이후 내리막길에 접어들어 주민들의 걱정이 늘고있다.설상가상으로 90년대 들어 동남아.중국등에 서 값싼 죽제품이 대량 수입되면서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죽물박물관 직원 이경화(李京花.28.여)씨는 『우리 제품이 질은 월등히 높으나 가격이 수입 죽제품보다 2~3배 비싸 외면받는 것 같다』며 『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한 기계화나 기술개발이시급하다』고 말했다.
담양의 죽림 면적은 70년대 1천2백여㏊에 달했으나 지금은 7백19㏊로 전국 서식면적의 9%를 차지하고 있다.
한때 연간 1백50만달러에 달했던 수출액도 10분의1이하로 줄었다. 죽제품이 한창 인기를 끌때 생활용기등으로 7백여종의 제품이 생산됐으나 이제는 60여종으로 줄었다.
이에따라 죽제품 생산가구들은 그동안 상당수가 고소득 시설원예나 과수재배단지로 전업,현재 담양군 전체가구의 1.7%인 3백17호(전업 98호)에 불과하게 됐다.
이처럼 대나무제품이 불황의 늪에 빠지자 담양군과 군민들은 수종개량과 우수상품 생산등 「죽제품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올해말 담양읍천변리 1만5천평 부지에 건평 1천평 규모로 지어지는 「죽세공예 진흥단지」가 이러한 노력의 결정체다.
이 단지안에는 죽제품의 생산.판매.전시기능을 고루 갖추고 40여종의 다양한 대나무 품종을 재배하는 「죽종장(竹種場)」을 설치,이곳을 찾는 관광객등에게 대나무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죽종장은 81년 단양읍내에 소규모로 지어진 죽물박물관을 확대한 것.
재배농들은 『죽제품과 함께 판매할 죽순(竹筍)통조림과 염장 죽순.죽순회.죽순냉채등은 맛이 뛰어난 토속요리』라고 자랑했다.
대나무를 널리 알리기 위한 이벤트도 마련,매년 5월초 열리는「군민의 날」행사에 맞춰 「죽제품 경진대회」를 벌이고 있다.
내년부터 「대나무 아가씨」를 선발해 해외시장에 죽제품 판매사절로 파견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산 제품이 범람하는 현실에서 담양 특산 죽제품을 증명할 수 있는 인증마크 도입을 고려하고 대나무 분재.죽염.건강식품.악기등 현대의 주거환경에 맞는 제품개발과 고급화에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관이 함께 벌이고 있는 담양의 대나무 회생노력이 결실을 볼 경우 「깃대종 살리기」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는 대표적 사례가 될 전망이다.
담양=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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