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불량 분유 외국에 수출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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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중국산 ‘불량 분유’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분유가 이미 많은 국가로 수출돼 추가 피해 가능성이 우려되면서 분유는 물론 모든 중국산 유제품으로 조사가 확대되고 있다.

리창장(李長江) 중국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질검총국) 국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불량 분유 생산업체 가운데 야스리(雅士利)·쒀캉(索康) 등 두 곳이 미얀마·예멘·방글라데시·부룬디·가봉 등에 분유를 수출했으며, 현재 수출품을 모두 리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출된 제품이 멜라민에 오염됐는지, 수출 국가에서 피해자가 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또 “전국 109개 분유 업체에 대해 샘플 조사한 결과 22개 업체 제품에서만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 공식 공급업체였던 이리(伊利)사도 포함돼 있어 국제적인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이 회사의 검사받은 35개 샘플 가운데 한 개에서 12㎎의 멜라민이 검출됐다. 홍콩에서는 17일 모든 수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 등 대부분의 중국산 유제품을 회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천주(陳竺) 중국 위생부장은 이날 플라스틱과 접착제 제조용 등 공업용으로 쓰이는 멜라민이 함유된 싼루(三鹿)사 분유를 마시고 지금까지 영아 6244명이 신장결석에 걸렸으며 이 중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신장결석에 걸린 어린이 상당수는 회복했으나 아직 1327명이 입원 중이며 158명은 급성 신장결석증에 걸린 상태다.

사태가 확산되자 중국 품질관리 당국은 17일 공업용 원료 멜라민의 함유 여부 검사를 분유뿐만 아니라 모든 유제품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또 이날 싼루사 공장이 있는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시의 농업 담당 부시장, 축수산 국장, 식품안전관리국장, 질량기술감독 국장 등을 직위 해제했다. 경찰은 낙농업자와 우유 매매상 등이 이윤을 높이기 위해 물을 섞은 우유에 멜라민을 첨가한 사실을 확인, 19명을 구속하고 싼루사에 생산 중단 명령을 내렸다.

한편 뉴질랜드 최대 낙농회사로 싼루사 주식 43%를 보유하고 있는 폰테라 측은 “지난 2일 문제의 분유를 확인하고 스자좡시 관리들에게 통보했으나 이들이 사건을 숨겨 피해가 커졌다”고 17일 주장했다. 또 중국 당국 조사 결과 싼루사는 지난 3월 한 소비자가 싼루 제품을 먹은 영아의 몸이 좋지 않다는 신고를 했는데도 정밀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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