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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오너들, 어렵지만 ‘긍정의 힘’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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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발 금융시장 위기로 국내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회장들은 대부분 낙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16~17일 대기업 회장들은 서울대병원에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두산그룹의 고 박두병 초대회장 부인인 명계춘 여사 빈소에 문상을 와 기자들에게 한결같은 목소리로 “이번 일로 한국 경제나 우리 기업에 어떤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허창수 GS홀딩스 회장은 비서 한 명만 대동한 채 문상을 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든 GS가 현재의 금융시장 위기 때문에 해외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어렵게 되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허 회장은 “걱정들을 너무 많이 하신다. 우린 괜찮은데 뭘 그런 걸로…”라며 환하게 웃었다. GS는 세계 금융시장 경색에 개의치 않는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GS는 6조~7조원대의 인수 자금 중 25%를 자체 조달하고, 나머지는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하루 전 조석래(효성그룹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이번 사태로 한국 경제에 큰 여파는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병철 상근부회장 등 전경련 간부 10여 명과 함께 문상했다. 조 회장은 손짓까지 해가며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국내 증시 상황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국제 금융시장 경색으로 국내에서 주가가 떨어지는 등 영향을 받고는 있지만 그 충격은 극히 일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리먼브러더스나 메릴린치의 덩치가 너무 큰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 국민이 힘을 합치면 ‘해외발 쓰나미’를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낙관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16일 비서진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최 회장은 “(금융시장 위기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일이라 뭐라 말하기 어렵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튼튼한 만큼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회장은 이어지는 금융시장 위기 관련 질문에 “다른 어른들도 많이 계신데…”라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대기업 회장 중 빈소를 가장 먼저 찾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표정과 발언에도 여유가 넘쳤다. 특히 박 회장 문상 때는 국내 증시가 한때 100포인트 이상 빠지는 등 급락장으로 마감한 직후였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가 미칠 영향이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금융 불안의 바닥 탈출 신호로도 볼 수 있지 않느냐”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또 금호아시아나의 유동성 위기를 묻는 질문에는 “글쎄 시장에서 너무 걱정이 큰 것 같다”며 웃었다. 박 회장은 이어 “(금호생명) 지분의 일부나 전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시장의 우려도 곧 불식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은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는데 대기업 CEO들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긍정의 힘에 대한 믿음을 더욱 강하게 갖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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