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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뛰는방송인>2.주병대 PD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평일 저녁 하루일을 마친 가족들이 집안에 오순도순 모여앉아 TV를 보며 웃는 모습은 「일상의 편안함」을 만끽케 하는 풍경중 하나다.
지난달 막을 내린 SBS 『LA 아리랑』은 매일 저녁 편안한웃음을 선사한 프로그램으로 손꼽을만 했다.「드라마」와 「코미디쇼」의 경계선에 자리한 시트콤(시추에이션 코미디).
『코스비 가족』처럼 외화로나 만날 수 있던 시트콤이 『LA 아리랑』을 통해 국내산으로 안방가운데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은아닐듯 싶다.
『LA아리랑』에 이어 지난 1일부터 『아빠는 시장님』을 연출하고 있는 주병대(39.아세아 네트워크)PD.재치넘치는 대사와유쾌한 연기를 핵심 무기로 시트콤 연출에 주력하고 있는 그는 국내 시트콤 장르의 개척자로 눈길을 모은다.
『아빠는 시장님』녹화준비가 한창인 SBS 일산스튜디오로 그를찾았다. 『시청자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 TV를 보면서 웃을 수 있어요.시트콤이 주는 웃음은 그 삶의 여유에 스며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그가 손을 대온 시트콤 계열의 프로그램을 눈여겨보면 등장인물의 신분이 의사.변호사등 평균 이상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LA아리랑』이 변호사 가족의 이야기였다면 이번에 시작한 『아빠는 시장님』은 시장 가족들의 이야기다.더 거슬러 올 라가 93년 히트작으로 기록된 그의 코믹드라마 『오박사네 사람들』역시 치과의사 가족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거기엔 『높은 음을 건드려야 웃음이 터진다』는 그의 경험 철학이 깃들여 있다.
『분명 보통 이상인 사람들입니다.잘 살고 지위가 높은 이들의우스꽝스런 행동과 이야기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더욱 재미있기 때문이죠.』 제멋대로 자란 듯한 고수머리로 인해 연기자보다 더욱「튀는」외모를 가진 그는 깐깐하기보다 편안하고 발랄하다는 인상이다.그러나 그에게 남달리 깐깐하고 치밀한 구석이 있다면 그것은 「캐스팅」에 관한 것이 아닐까.
『이번에 「아빠는 시장님」출연진을 구성하는데만 3개월이 걸렸어요.출연진끼리의 편안한 호흡이 시트콤의 생명이거든요.카메라를통해 연기자간의 불편한 관계를 속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다른장르보다 시트콤은 특히 그래요.실제로 함께 웃 으며 일해야 보는 사람이 편하죠.』 그러나 시트콤의 한계는 명확하다.주PD가먼저 이를 털어놓았다.『모든 소재를 희극적으로 풀어내야 하는 만큼 인생의 어두운 면은 다룰 수 없다.』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인생의 주요한 굴곡이랄 수 있는 질병.죽음.이혼등 심각한이야기는 시트콤에서는 금기사항입니다.하지만 모든 드라마가 똑같이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제가 웃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드는 대신 눈물이 담 긴 그런 이야기는 다른 PD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57년생▶82년 KBS 입사,『유머 1번지』『쇼특급』『젊음의 행진』『전국노래자랑』등 조연출▶92년 SBS로 이적,『토요일 6시,웃으면 좋아요』(92년)『오박사네 사람들』『오경장』(이상 93년)『LA아리랑』(95년)『아빠는 시장님』 (96년)연출▶96년 2월 독립제작사 아세아네트워크로 이적 글=이은주.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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