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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문학의 代父 네루다 기념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1백30㎞ 떨어진 바닷가에는 칠레의 자존심 파블로 네루다(1904~73) 시인의 기념관 이슬라 네그라가 있다.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 30여년간 살며집필했던 집과 집기들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이 기념관에는 매년 5만여명의 관람객이 찾아 시인의 숨결을 느끼고 간다.
『아 소나무 숲의 광막함,부서져 내리는 파도의 소문,/빛의 느릿한 장난,고독한 종소리,/네 눈 속으로 가라앉는 황혼,인형이여,/대지의 소라고둥이여,네 안에서 대지는 노래하나니!』 거실에서 바다쪽을 바라보면 위 시 「광활한 소나무 숲」앞부분처럼소나무.파도.빛.소라등 우주의 속삭임이 그대로 들린다.이곳에 오면 네루다의 시가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그의 애독자의 발길이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골에서 철도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 외교관으로 중국.일본.인도등을 떠돌다 네루다가 이곳을 처음 찾은 것은 39년.그후 그는 스스로 설계해 조금씩 집을 넓히며 이곳에서 집필도,또 상원의원으로서 정치활동도 했다.낭만적 시인이면서 또 사회주의를 신봉한 정치가로서 항상 민중을 대변하며 그러한 시들도 다수 남겼다. 『우리 모두가 불타는 인내심을 지닐 때 우리는 모든 인간이 광명과 정의와 존엄성을 누릴 찬란한 세상을 세울 수 있다.
시는 괜히 헛되이 노래하는 것이 아니다』는 노벨문학상 수상연설이 네루다의 문학관을 그대로 드러낸다.괜히 시를 쓴 것이 아니라 만인에의 찬란한 세상을 위해 시를 썼다.그러한 세상을 인내하며 이끌던 네루다는 73년 군부쿠데타로 피노체트가 집권하자 분을 삭이지 못해 사망했다.
그러한 시인을 정부가 아니라 칠레 국민 스스로 기리고 있는 것이다.이 기념관및 네루다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문학상은 네루다재단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네루다 재단은 네루다의 문학과 삶을기리는 순수 민간단체로 회원들의 기금과 기념관 에 부설된 식당.기념품 판매장의 수익금으로 기념사업비를 충당하고 있다.96 문학의 해를 맞아 우리도 문학기념사업의 토대를 마련하자는 기운이 감돌고 있는 때에 한 문인의 애호가들로 구성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네루다 기념재단의 예는 우 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산티아고=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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