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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週를열며>매맞는 아이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두레마을이란 이름의 공동체다.1백50여명의 가족이 모여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이다.우리 마을에는 건강한 사람들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마음이나 몸이 상한 사람들도가족으로 들어온다.그래서 건강한 사람들과 상한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간다.그런데 두레마을 가족중에 S군이 있다.이른바 자폐증에 걸린 28세의 젊은이다.그가 자폐증에 걸린 사연을 들으면 가슴 아프다.초등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님께 매 맞은일로 자폐증에 걸렸다.선생님께 맞 은 다음 날부터 방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다 23세 되던 5년전에 두레마을로 들어왔다.
그는 마음에 몹쓸 병이 걸린 사람임에도 때로는 건강한 우리들의 선생님이 되기도 한다.천사처럼 깨끗한 마음으로,자기보다 약한 이웃을 도우려는 마음으로 인해서다.어느 날 밤 늦은 시간에그의 방에서 두런두런 소리가 났다.나는 『아직 안자니』하며 방에 들어갔다.나는 그의 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로 할 말을 잊었다.그가 자기보다 늦게 들어온 동생뻘 젊은이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중이었다.그를 때렸던 선생님이 이런 모습을 보았더라면 느낌이 어떠했을까.그 선생님께서 도 능히 할 말은 있었을게다.「사랑의 매」였노라고.그러나 그렇게 맞은 제자가 평생을 그늘에서 사는 모습을 보았더라면,그러면서도 원망없이 보다 약한 이웃을 돕고 사는 것을 보았더라면 그의 매질에서 무슨 할 말을찾았겠는가.
바로 어제도 한 부부가 찾아왔다.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었을때 급우들 앞에서 선생님께 매맞은 후 폐인이 됐노라고 눈물로 하소연했다.그들을 도울 수 없는 나 자신이 슬펐다.그래서 나는매질하는 교육을 반대한다.상처받은 아이들의 후 유증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교실에서의 매질만이 문제가 아니다.가정에서의 매질도 마찬가지다.두레마을에 P군이 있다.중2때 아버지로부터 매를 맞고 정서불안증에 시달리고 있는 젊은이다.말을 듣지 않는다고 아버지가 매를 들었다.그후 30세가 넘은 지금까지 정서불안 증에 시달려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물론 이 경우에도 사랑의 매였노라고 말할것이다.그러나 그로 인해 평생을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들의 장래를 상상이나 했겠는가.
우리 사회는 교실에서,가정에서 매질이 너무 심하다.가정에서 자녀를 때리는 정도를 나라별로 발표한 자료가 있다.태국 23%,미국 26%,일본 33%,영국 28%,프랑스 30%,그런데 한국은 72%다.미국은 제쳐두고라도 우리 한국의 자녀들이 태국이나 일본의 자녀들보다 두배 세배나 더 나쁜 아이들이란 말인가.그리고 그렇게 매를 때렸기에 우리 아이들이 그들 나라 아이들보다 두배 세배 더 좋아졌는가.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나라가 가정에서,교실에서 이렇게 매질이 심한 것은 매맞는 아이들의 문제라기보다 매질하는 어른들의 문제다.좀 크게 말하자면 아이들이 폭력사회를 만든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만든 것이다.듣기로는 가정 폭력으로 담뱃불에 지진 화상, 골절,간 파열,안구손상 등의 희생자 아이들이 병원 응급실에 생각보다 많이실려오고 있다고 한다.그런데 우리는 그런 부모를 제재할 법이 없다.『내 자식 내가 때리는데 웬 말이 많아』하면 대응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일본 같은 나라는 「아동학대 예방및 치료법령」이 제정돼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다.공동체 전체가 매맞는 아이들을 보호.치료하고, 때로는 부모로부터 격리시켜 돌보는 것이다.우리 국회도그런 법을 만들어 매맞는 아이들을 돌볼 수 있 는 법적.제도적뒷받침을 해주었으면 좋겠다.하기야 국회 자체가 가장 싸움질 잘하는 곳이 돼 초선의원부터 폭력행사로 길들여졌으니 할 말이 없긴 하지만….
◇필자약력=▶55세▶계명대철학과.장로회신학대학원▶남양만 두레마을대표.활빈교회목사(현)▶저서:『새벽을 깨우리로다』등 金鎭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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