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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부채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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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옛말에 『단오(端午)선물은 부채요,동지(冬至)선물은 책력(冊曆)』이란 말이 있다.단오가 가까워오면 곧 여름철이 되므로 친지와 웃어른께 부채를 선사하고,또 세밑 동지가 가까워지면 새해책력을 선물하는 풍속이다.
조선시대 전라.경상도 관찰사는 해마다 여름이 되면 부채를 궁중에 진상(進上)했다.이를 단오진선(進扇)이라 불렀다.그중에서도 전주와 남평 부채를 제일로 쳤다.단오진선은 민간에 많은 피해를 줬다.부채를 진상하느라 대나무밭이 쇠진(衰盡 ),죽제품(竹製品)으로 생계를 잇던 백성들이 피해를 보아 원성(怨聲)이 높았다. 부채에 대한 기록으로 가장 오랜 것은 『삼국사기』에 후백제 견훤(甄萱)이 왕건(王建)에게 공작선(孔雀扇)을 보냈다는 기록이다.황해도 안악(安岳)의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부채가 그려져 있다.우리나라 부채는 아름다움과 정교함이 일찍부터 외국에 알려져 중국.몽골.일본에 보내는 국교품(國交品)으로 사용됐다.명(明)태조는 조선부채,특히 접부채(摺扇)를 좋아해 이를 중국에서도 만들도록 하고 고려선(高麗扇)이란 이름을 붙였다.
부채 종류는 크게 둘로 나눈다.하나는 방구부채(團扇),다른 하나는 접부채다.방구부채는 모양이 둥근 부채로 오엽선(梧葉扇).연엽선(蓮葉扇).태극선.까치선.공작선 등이 있다.접부채는 접는 부채로 백선(白扇).칠선(漆扇).어두선(魚頭扇 ).반죽선(斑竹扇) 등이 있다.이밖에 모양이 특별한 별선(別扇)으로 바퀴모양의 윤선(輪扇),풀잎을 엮어 만든 초엽선(草葉扇)등이 있다. 부채를 선물할 때는 흔히 그림을 그려넣거나 글씨를 써넣었다.그림은 산수화.버들가지.복숭아꽃.나비.벌.백로.부용 등을 많이 그렸고,글씨론 한시(漢詩)를 써넣는 경우가 많았다.여름이 지나면 부채살에서 선지(扇紙)를 떼내 액자나 족자로 표구해 보관했다. 요즘 부채는 선풍기.에어컨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은지 오래다.특히 최근들어 에어컨이 폭발적으로 보급돼 그 숫자가 전국적으로 약4백50만대에 달한다.무더위로 에어컨 사용이 늘자 전력예비율이 뚝 떨어지는 등 올여름 전력공급에 빨간 불이 켜졌다.부채를 사용해 전력도 절약하고 옛날 조상들의 풍류도 살리는일거양득(一擧兩得)의 지혜를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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