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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으로 뽑혔을 때 단두대 선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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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취임 후 처음으로 콘클라베 당시의 심중을 털어놨다. 25일 독일 신도들을 만난 자리에서다. 그는 "내 득표 수가 많은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마치 단두대가 내게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 하느님께 기도했다. '하느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나보다 더 젊고 유능하며 열정적인 후보들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하느님이 이번에는 내 기도를 영 들어주시지 않더라"고 말했다. 신도들은 그의 농담 섞인 회고에 여러 차례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즐거워했다. AP통신은 "정통 보수파로 알려진 그가 유머 감각이 있으며 대중을 상대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교황은 콘클라베 도중 한 추기경이 자신에게 살짝 건넨 쪽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쪽지는 '당신이 요한 바오로 2세 장례미사 때 했던 강론을 상기하십시오. 주께서 당신을 원하신다면 순종하셔야 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었던 교황은 장례미사에서 예수가 베드로에게 '나를 따라오너라'라고 했던 성서 내용을 인용, 성직자의 길에 대해 강론했다. 교황은 "동료 추기경의 진심어린 충고 덕에 교황 직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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