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79억 ‘나홀로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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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해 MBC와 SBS가 각각 1143억원과 542억원의 순이익을 낸 데 반해 KBS는 27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BS는 2007년 예산을 짜면서 예상 수입에서만 660억원 이상의 오차를 범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김종현 수석전문위원은 16일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한 ‘KBS 결산승인안 검토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KBS에 대한 결산 심사는 19일 문방위에서 열린다.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KBS의 2007년 순이익은 242억원의 흑자를 낸 2006년에 비해 520억원가량이 감소했다. 국고로 별도 지원되는 93억여원을 제외하면 손실 규모는 더 커진다. 보고서는 경기 악화로 인한 방송광고 수입의 감소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내부 요인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같은 상황에서 MBC는 광고 수입이 전년 대비 4.6% 증가한 점을 볼 때 KBS 프로그램의 경쟁력 약화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KBS-2TV의 평균 시청률은 7%로 방송 3사(MBC 8.8%, SBS 8.2%) 중 가장 낮았다.

KBS는 이처럼 어려운 경영 여건하에서도 매출액 대비 인건비성 경비의 비중이 37.8%로 다른 공영방송사(MBC 25.2%, EBS 24.7%)보다 높았다. 또 퇴직급여 충당금 비율도 지상파 방송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김 위원은 “인력 운용 및 임금·정년 체계, 퇴직금 제도의 실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총수입 중 방송광고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44.6%로 수신료 수입(40.4%)을 넘는 것으로 분석했다.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의심받을 수준이라는 게 전문위원들의 판단이다. 보고서는 “탈출구인 수신료 인상을 위해 KBS는 방송의 공정성을 높이고 경영을 개선하는 등 가시적인 노력을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검토 보고서는 예산 편성의 정확성을 높이고 과도한 차입 경영을 중단할 것을 KBS에 요구했다.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수준에 비해 수입 예산이 과다 편성되고 그에 따라 지출이 연동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KBS가 지난해 이자 비용으로만 지불한 돈이 42억9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신료는 그대로인데 한전 위탁 수수료 등 징수 비용은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KBS는 디지털 전환 등으로 막대한 자본이 드는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KBS는 공영방송인 만큼 시청률의 잣대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인건비 같은 경우 노사가 퇴직금 제도 개선에 합의하는 등 변화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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