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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손대면 … 빨리 피는 국화 새 품종 ‘뚝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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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인학씨가 꽃 축제 체험장에서 자신이 개발한 국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삼일1리. 조선시대 김수증 등 세 명의 성리학자가 세상의 혼돈과 부귀에서 일탈(逸脫)해 화악산 자락에 은둔한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는 설이 있는 마을이다.

삼일리는 지금 온통 꽃밭이다. 다른 지역보다 20여일 빠르게 핀 국화와 코스모스 구절초가 가을 정취를 풍기고 있다. 또 30여 종의 백합, 화려한 색상의 글라디올러스와 다양한 허브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마을 주민은 이런 풍경을 알리기 위해 꽃 축제를 준비했다. 17일부터 열리는 ‘화악산 꽃마을 일탈마당’이다. 올해 처음 열리는 꽃 축제의 중심에 지인학씨(46)가 있다. 마을에서 꽃 농사를 처음 시작한 그는 작목반원 5명과 함께 14만8000여㎡의 꽃밭을 일궈 높을 소득을 올리는 등 마을을 꽃동네로 만들었다.

◆새 국화 품종 만드는 신지식인= 지씨가 꽃 재배를 시작한 것은 1993년. 운영하던 꽃가게가 잘 되자 아예 꽃을 기르기 시작했다. 국화로 시작해 1996년부터 계약 재배로 백합을 수출했다.

지씨의 국화 출하 시기는 틈새시장인 8,9월. 다른 지역과 비슷한 10월에 출하해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산악 중간지대인 삼일리 특성상 자연 상태에서는 10월 중순이 돼야 국화가 피었다. 출하 시기를 앞당기려면 일조시간을 하루 8시간 30분으로 조절해야 했다. 아침 저녁으로 시간에 맞춰 꽃밭 위에 검은 차광막을 씌우고 벗기는 일이 반복됐다.

차광막을 조작하는 것이 번거롭고, 많은 일손이 필요해 생산비도 높자 그는 2001년 자연 상태에서도 꽃이 빨리 피는 품종 개발을 시작했다. 외국 품종을 기르는데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도 부담이었다.

지씨는 꽃이 일찍 피는 국내 및 일본 품종을 어머니로, 네덜란드 품종을 아버지로 교배, 일찍 핀 것을 선발하고, 이것을 다시 교배해 선발하는 방식으로 4년의 연구 끝에 상품성이 있는 9종의 스프레이 국화 품종을 개발했다. ‘사랑이’ ‘은하수’ ‘가보타’ ‘샤샤’ 등으로 이름 붙인 새 품종은 2005년 국립종자관리소에 등록됐다.

그는 연구를 지속, 2007년 8종의 새 품종을 개발했고 현재 국립종자관리소에 등록을 출원했다. 이 가운데 ‘폴 카트’는 ‘화천1호’라는 이름을 달았다. 이밖에 수십여 종의 국화가 새 품종으로 태어날 날을 기다리며 시험 재배되고 있다.

지씨가 개발한 국화는 밤 기온이 낮은 삼일리 기후와 어우러져 노란 것은 더 노랗고, 흰색은 더 하얗게 보이는 등 색깔이 선명한 것이 특징이다. 마을 작목반원 대부분 그가 개발한 국화를 재배하고 있다. 관리권을 넘겨준 종묘회사로부터 40만원의 로열티 수입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첫 로열티로 40%는 그의 몫이다. 국화 품종 개발에 쏟은 노력을 인정받아 지씨는 올해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됐다.

◆화천의 국화를 알리는 축제= 지씨가 국화를 중심으로 한 꽃 축제를 준비한 것은 3년 전. 화천에서 만든 국화를 보여주고, 농외소득도 올리겠다는 생각에서다. 지씨는 “여러 지역에서 국화축제가 열리지만 삼일리는 다른 곳보다 빨리 국화를 감상할 있어 축제로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번 축제를 위해 자연석을 활용해 화단을 만들고, 수십여 종의 허브를 심고 가꾸는 등 체험장도 만들었다. 야생화인 구절초를 핑크 및 두 가지 색깔의 꽃이 피게 끔 개량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체험행사를 준비했다. 지치고 힘든 세상, 굴레에서 잠시 벗어나 꽃을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어 세상에 회귀하라는 뜻을 담은 일탈마당은 17일부터 10월5일까지 열린다. 주 행사기간은 개막식(20일)에 이어 28일까지.

때마침 인근의 이기자 부대(27사단)는 17일부터 사흘간 사창리 문화마을에서 ‘국군방송 위문열차’를 포함해 비-보이 경연대회, 군악 마칭, 특공무술 시범, 무기장비 전시 등 민·관·군이 함께 하는 ‘2008 이기자 페스티벌’을 연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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