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의 변신은 무죄, ‘곡성역 기차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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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에는 작은 간이역 곡성역이 있다. 한 때는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간이역의 행복을 누렸건만, 이제는 그 삶이 다 끝나버린 곡성역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반세기 이상 함께 살아온 곡성역과 다른 방법으로 살아갈 방도를 생각해냈다. 그 역사와 추억을 기리는 뜻에서 곡성역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한 것이다. 그리하여 섬진강의 간이역은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고 아직도 우리 곁에 남아 새로운 삶을 연습중이다.
고속열차를 타면 서울에서 목포까지 세 시간 반 만에 갈 수 있는 요즘, 곡성역까지 가는 여정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서대전역에서 전라선을 이용해서 두 시간 반 이상을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도해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한다면 큰 손해다. 가을을 맞이하는 기차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섬진강에 남아 있는 추억 ‘증기 기관차’
일제강제시절의 부산물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곡성역 역시 많은 애환이 담긴 곳이다. 하지만 테마파크 ‘섬진강 기차마을’로 변신하면서 곡성 역시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꼭 여행을 떠나고픈 반가운 마을로 변신했다.
가장 훌륭하게 변신한 것은 증기기관차다. 여전히 하얀 증기를 쏟아내며 힘차게 달리는 증기차는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하려 애쓰며 사람들에게 향수에 젖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첫 칸은 비둘기호, 마지막 칸은 통일호 모형이다. 이 열차가 달리는 길은 섬진강변과 17번 국도를 평행선으로 하는 철길이다. 이는 여러 여행가들에 의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길로 지정된 구간이기도 하다. 운행거리는 왕복 20km로 약 70분 정도 걸린다. 바깥 풍경에 심취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곡성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가정역에 도착한다.
요즘 가정역은 곡성역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증기차를 타고와 가정역에서 내린 사람들을 상대로 낭만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동반한 여행이라면 가정역의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장이 재미를 더할 것이다. 외갓집체험마을, 나룻배타기, 고기잡기, 소달구지타기 등 다양한 코스에서 한두 가지 골라서 아이에게 선물해보자. 천체에 관심이 있다면 섬진강천문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주관측실과 보조관측실, 천체투영실, 체험코너 등이 마련되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여유가 있다면 가정역의 야경도 놓치지 말기 바란다. 숙박을 원한다면 인근 펜션타운에 사전 예약을 문의하면 된다. <061-362-5600>

연인들의 꽃길 ‘레일바이크’
아름다운 길 위로 기차가 더 이상 다니지 못한다면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된다. 철로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으면 묘한 기분이 든다. 뒤에서 기차가 달려들 것 같은 스릴이 느껴지는가 하면 차단막 없이 곧바로 철로 주변의 경치를 감상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래서인지 섬진강의 철로자전거의 인기는 대단하다. 수많은 가족들과 연인들이 지루함을 견디며 언제까지라도 줄을 서서 기다린다. 철로 자전거는 기차 공원을 중심으로 약 1.6km가량 되는 거리를 달린다. 봄가을에는 환상적인 꽃길이 펼쳐지고 여름에는 수변공원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연인들을 들뜨게 한다. 가끔씩 덜컹거리는 것까지도 연인들에겐 특별한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수줍은 연인들에게 반드시 추천하고픈 코스다.

사진 찍고 놀기 ‘영화·드라마 촬영지’
이 아름다운 기차마을의 풍경은 수많은 영상 작품들이 증명한다. 그동안 촬영된 드라마만 해도 ‘서울 1945’, ‘야인시대’, ‘토지’, ‘경성스캔들’, ‘사랑과 야망’ 등이 있고 영화로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우리선생님’, ‘아리랑’, ‘아이스케키’ 등이 있다. 최근에는 유명 방송 프로그램에서 다녀가기도 했으며 CF 감독들 사이에서는 60년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이런 풍경들을 놓치지 말고 예쁜 사진을 많이 찍어두자. 잔잔하고 아름다운 풍경도 좋고 30년대 풍으로 그로테스크한 풍경들도 나쁘지 않다. 열심히 돌아다니다가 다리가 아프면 기차카페에 들어가서 느긋하게 식사를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목을 축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는 방법과 티켓 예매 등 구체적인 정보는 기차마을 홈페이지에 가면 알 수 있다.
http://www.gstrain.co.kr

워크홀릭 담당기자 장치선 charity1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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