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茶飯事-일상적이며 별로 대수롭지 않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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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별로 신기할 것이 없는 일을 두고 茶飯事라고 한다.차(茶) 마시고 밥(飯) 먹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접하는 일(事)이라 대수롭지 않다는 뜻이다.항다반사(恒茶飯事)의 줄임말로 항다반(恒茶飯)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茶飯事는 순수 우리식 표현으로 중국에서는 쓰이지 않고있다.대신 그들은 가상편반(家常便飯) 또는 가상반(家常飯)이라고 한다.「늘 집에서 먹는 밥」이라는 뜻으로 「일상적」「쉽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언제 그렇게 차를 많이 마셨느냐 하는 점이다.정말 차를 茶飯事로 하고 있는 중국 사람들도 「밥(飯)」으로만 표현하는데 별로 차도 들지 않았던 우리가 「茶飯事」라고 한다면 사실은 茶飯事가 아닌 셈이다.
간혹 중국에서도 일반인이 아닌 불문(佛門)에서 茶에 의미를 부여해 家常茶飯이라는 말을 사용했고 우리 역시 일부 소수의 가문이나 스님들간에 茶飯事를 즐겼던 것을 본다면 사실 茶飯事라는말은 우리네 피부에 와닿지 않는 표현인 것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비록 차는 마시지 않았지만대신 숭늉은 많이 마시지 않았는가.식사후에 구수한 숭늉 한 사발을 마시는 그 여유(餘裕)는 또 어떤가.
아쉽게도 이제는 숭늉 대신 손쉽게 마실 수 있는 커피가 판을치고 있다.여유도 만족감도 없이….하기야 커피를 「茶」라고 억지춘향으로 표현했던 예를 본다면(茶房.茶菓會) 茶飯事가 그래도맞다고 해야 할까.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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