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기 증시 … 적립식 투자엔 호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주식시장이 불안한 모습이다. 호재와 악재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 이런 때일수록 펀드 투자자는 불안하다. 주가가 조금이라도 반등했을 때 털고 일어서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더 버텨야 할 것인가 고민스럽다. ‘9월 위기설’이 진정되자 갈등은 더 깊어진다. 일각에선 주가가 반등하면 환매가 쏟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널뛰기를 하는 지금이 적립식 투자에는 적기라고 조언한다.

◆널뛰기 장에 강한 적립식=적립식은 일정한 액수를, 일정한 주기로 꾸준히 투자하는 방법이다. 같은 주식을 계속 산다면 주가가 오를 땐 매입 주식수가 적어지고,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수가 늘어난다. 이게 널뛰기 장에서 힘을 발휘한다. 예컨대 주가가 600원-700원-800원으로 변했다고 하자. 평균 주가는 700원이다. 이에 비해 1만원으로 같은 주식을 계속 샀을 때 평균 매입단가는 690원이 된다. 주가가 쌀 때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어서다.

주가의 변동폭이 클수록 이 같은 효과는 커진다. 주가가 옆으로 길 때보다 급등락을 반복할 때 매입 단가가 더 낮아진다는 얘기다.


◆국내 증시 적용해 보니=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적립식 투자의 효과를 과거 코스피지수에 대입해 봤다. 코스피지수를 주식으로 보고 일정한 금액을 꾸준히 코스피지수에 투자했을 때의 수익률과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등락률을 비교한 것이다. 먼저 1996년 5월 26일~99년 6월 28일 코스피지수가 ‘U’자형을 그렸을 때다. 코스피지수는 38개월 사이 920.43에서 903.05로 약간 떨어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코스피지수에 일정 금액을 꾸준히 투자했을 때는 67%의 수익률이 났다. 주가가 떨어지는 동안 매입 단가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주가가 올랐다가 떨어진 뒤 다시 올랐거나, 그 반대인 ‘S’자형일 때도 적립식 투자의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등락률을 앞섰다. 다만 주가가 올랐다가 죽 떨어진 ‘A’자형일 때는 역효과가 났다. 주가가 오르는 동안 주식을 사들인 반면 매입 단가를 충분히 낮추기 전에 환매했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 때가 기회=적립식 투자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주가가 떨어졌을 때가 곧 투자의 기회라는 점이 입증된다. 주가가 떨어지는 동안 매입 단가를 낮춰 놓으면 어떤 기간을 끊어놓고 봐도 적립식 투자가 거치식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A자’형 장세 때도 주가가 떨어진 뒤 바로 환매하지 말고 매입 단가를 낮춘 다음 반등할 때 환매한다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 권순학 상무는 “환매 시기를 놓친 적립식 펀드 투자자가 주가가 떨어졌을 때 성급히 환매하면 손해를 확정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오히려 주가가 떨어졌을 때 매입 단가를 낮추는 전략이 주가 반등 때 손실을 빨리 회복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