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韓.美 4자회담 북한유인책 異見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4일 방한하는 앤서니 레이크 미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은 빌클린턴 대통령의 대외정책 핵심브레인이다.지난1월 방한했던 레이크 보좌관은 유종하(柳宗夏)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4자회담 구상을 물밑에서 추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그 구상은 지난 4월16일 한.미 양국정상의 대북(對北)4자회담 공동제의로 수면 위로모습을 드러냈다.
그로부터 거의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수용여부에 관한 북한측의 공식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려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북한의 「침묵」은 4자회담 수용에 대한 반대급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정부는 절대 「유인책」은 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왔다.4자회담을 받아들이면 식량지원이나 경협(經協)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그 전에 먼저 우리가 당근을 주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한 미국의 시각은 다르다.북한이 4자회담을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한국이 먼저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기회있을 때마다 한국에 대해 대북 「포용정책」을 촉구해왔다.
레이크 보좌관은 이번 방한에서 바로 이 점을 강력히 제기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워싱턴 소식통은 북한에 대한 유인책이 중점논의될 것으로 전하고 있다.대북 선(先)지원을 촉구한 제임스레이니 미대사의 11일 연설(한.미재계회의)이 이미 그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고 정부의 한 소식통은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4자회담 유인책은 클린턴 대통령의 대선전략과 밀접하게연관돼 있다.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까지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클린턴 대통령이 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를 워싱턴으로 불러들여 야세르 아라파트와의 회담 약속 을 받아낸 것도,4자회담 성사를 위해 계속 한국의 등을 떠미는 것도 결국 대선승리에 필요한 외교적 「치적쌓기」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쌀주고 뺨맞은」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는 정부는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우리가 먼저 유인책을 쓰는 일은 절대 없다고 재삼 강조하고 있다.과연 정부는 미국의 집요한대선전략을 막아낼 수 있을까.이 점에 정부의 고 민이 있고,한.미는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북한 식량사정이 아직은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계속 말해온 정부는 『굶어죽는 사람을 직접 목격했다』는 귀순자들의 잇따른 증언으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나진.선봉 투자설명회에 50여명의 기업인 대거참여를 허용하고,대우에 대해 5백만달러의 대북 직접송금을 허용한정부의 조치는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여 4자회담 분위기 조성 쪽으로 선회하는 신호탄이라는 분 석도 없지 않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18,19일 두 야당 총재와 만나「남북문제」를 주의제로 논의한다는 청와대의 발표는 그래서 주목된다.정부는 북한의 선 4자회담 수용,후(後)대북지원 정책의 고수를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정세의 긴박성을 이유로 북한을 먼저 살려놓고 4자회담에 끌어내자는 미국측 입장이 날이 갈수록 강화될 전망이어서우리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도전받고 있다.
배명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