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兆 건설교통예산 왜곡심사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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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조원에 달하는 97년도 건설교통 예산이 왜곡 심사될 위기에 놓였다.1차 예산심사를 맡은 신한국당의 건교위원들부터 심의는 뒷전으로 미룬채 지역민원성.선심성 예산챙기기에 급급,국토의균형개발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배정되어야 할 예산 의 우선순위가정치적 고려에 의해 뒤바뀔 우려를 낳고 있다.
12일 신한국당과 건설교통부의 건교예산 당정회의에서 의원들은한결같이 출신지역사업의 예산책정 여부와 증액요구로 일관하는 구태(舊態)를 보였다.
회의에서 김영일(金榮馹.김해)의원은 『김해~부산간 경전철 사업이 민자(民資)유치 사업으로 결정됐다』며 『도로건설의 경우 민자사업이라도 토지매입비에 한해 정부가 지원해주도록 하고 있는데 이 경전철 사업도 내년도 예산에 잡혀있느냐』고 질문했다.
김진재(金鎭載.부산 금정갑)의원은 『5백63억원으로 책정돼 있는 부산지하철 3호선(서연정~수영)건설비를 증액해달라』고 노골적으로 주문했다.강원도 철원-화천-양구출신의 이용삼(李龍三)의원은 『내년도 예산의 평균 증가율이 38.7%이 고 신공항 건설의 경우도 1백11.4%나 늘어났는데도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역개발 부문 예산은 각각 28.9%,12.3%에 불과하다』고문제점을 지적했다.
李의원은 이어 추경석(秋敬錫)건교부장관에게 『별도의 서류를 제출할테니 관심을 갖고 투자해달라』고 주문했다.
『안산~신갈간 고속도로 건설공사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데 공사일정을 당겨 빨리 완공할수 있는 방안이 무언지 건교부가 연구해달라』(徐廷華의원.인천 중동-옹진),『예산안을 검토해보니 중앙고속도로 건설공사중 영주구간의 실시설계비용이 내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것 같은데 장관께서 영주지역을 특별히 배려해달라』(朴是均의원.경북 영주)는 식이다.
심도깊은 질의나 심사가 실종된 회의였다.
이처럼 의원들의 지역사업 주문이 계속되자 동료의원이 제동을 걸기도 했다.김운환(金운桓.부산 해운대-기장갑)의원은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이야기해야지 자꾸만 지역사업얘기만 하면 어떡하느냐』며 동료 의원들에게 자성(自省)을 촉구 했다.
당의 정책관계자는 『의원들의 요구로 예산이 증액되거나 투자순위가 바뀐 예는 허다하다』며 『지역구 의원들이라 당에서도 이들의 의견을 묵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이처럼 부별심의에서 의원들의 민원이 반영되고 예결위심의와 당차원의 주고받기가 마쳐지는 연말이면 예산편성의 기본원칙이 근본적으로 훼손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지난해 예산당정때는 대전출신의 L모의원이 지역사업 관련 예산을 반영시켜주지 않자 회의장 책상유리를 부수는등 난동을 부렸으며 결국 무리를 해 예산에 끼워넣어준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회의에 참석했던 건교부의 정종환(鄭鍾煥) 기획관리실장은 『의원들이 요구하는 사업이 결국 그 지역에선 가장 큰 숙원사업이며민의가 투영되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시간을 갖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주문은 수용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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