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아저씨’ 김성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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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성순(68) 의원은 지역구(서울 송파 병)에서 ‘구청장 아저씨’로 통한다. 재선 국회의원에게 웬 구청장 타령이냐고 말할 법도 하지만 다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김 의원은 송파구청장을 7년이나 지냈다. 관선으로 2년, 이어 민선으로 두 차례에 걸쳐 5년간 송파구의 생활정치를 책임졌다. 반면 국회의원은 올해로 5년째이니 구민들 뇌리에 구청장 아저씨로 남아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할지 모른다.

그래도 구청장 오래했다고 다 인기 있는 건 아니렷다. 구청장 그만둔 게 2000년이니 8년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그를 ‘구청장 아저씨’로 불러 주는 것은 그에 대한 주민의 애정이 식지 않았다는 방증이리라. 이번 총선 때 그는 중·고생들에게 ‘인기 짱’ 이었다. 김 의원은 “나도 좀 의아해 학생들에게 ‘어떻게 나를 찾아왔느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구청장 아저씨한테 사인 받아 오라고 하셨어요’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인기 덕분이었는지 4년 칩거에도 불구하고 한 달 보름 남짓한 선거운동으로 너끈히 당선될 수 있었다.

비결을 물었다. 어떻게 송파구 아줌마들의 마음을 샀는지. 대답은 의외로 담담했다. 늘 주민들 눈높이에 맞추려 했을 뿐이란다. 실제로 그는 구청장 시절 아이디어 뱅크로 통했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동호회와 편의시설을 잇따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도 내놓았다. 지금이야 동 주민센터(옛 동사무소)에서 문화·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보편화돼 있지만 당시만 해도 주민들의 문화 욕구 충족을 위해 구청이 독자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나선 것 자체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의 시도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물론 아니었다. ‘관치’에 익숙해진 구청 직원을 끊임없이 설득해 서비스 마인드를 갖도록 해야 했다. 주민과의 소통도 만만찮은 과제였다. 일부 주민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심 어린 눈길도 보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의 진심은 통하기 시작했다. 그의 아이디어들이 실생활에 적잖은 도움이 된다는 걸 주민이 피부로 느끼게 되면서다. 그는 “철저히 생활밀착형으로 간 게 인정받은 것 같다”며 “구청이란 게 그런 일 하라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후 서울 시내 구청들이 앞다퉈 그를 벤치마킹하면서 일약 ‘스타 구청장’으로 떠올랐다.

그의 꼬장꼬장함은 올해 총선 후보 면접 때도 여실히 드러났다. 몇몇 공천심사위원이 그의 구청장 시절 성과를 열거하며 ‘지원 사격’을 하자 예의 무뚝뚝한 목소리로 “개혁하는 데 공무원 경력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나도 특별히 잘한 것 없다”며 말을 막아 ‘저승사자’로 불리던 박재승 위원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일화는 민주당 주변에서 한동안 회자됐다.

그는 18대 국회에서 국토해양위에 배치됐다. 현미경 들여다보듯 꼼꼼히 뜯어보는 치밀함 때문에 벌써부터 공무원의 ‘경계 1순위’ 의원으로 꼽히고 있다. ‘나이도 드셨는데 너무 무리하진 마시라’고 하자 그는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도 72세에 저리도 정력적이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맞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일만 잘한다면야 나이가 무슨 문제겠는가.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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