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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한국경제 10년 정체는 일류 폄훼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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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진화를 넘어 차별화로
좌승희 지음, 지평, 320쪽, 1만5000원

한국형 경제학을 만들자는 건 국내 경제학자들의 꿈이다. 국내 경제만 설명하는 ‘한국만의 경제학’이 아니라 세계 경제 분석에 통용되는 ‘일반화된 경제학’ 을 정립하자는 얘기다.

그러나 국내 경제학자들은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학계의 변방에 머물러있는 한국 학계 입장에서는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지은이는 과감하게 도전장을 냈다. 경제발전론만큼은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한국형 이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파 이론으로는 세계의 경제발전을 설명할 수 없다며 “신고전파를 버리자”고 제안했다.

박정희 정권 때는 고속성장을 해왔던 한국 경제가 왜 지금은 성장동력을 잃었는지, 잘 살아보겠다며 열심히 노력하는 나라들이 많지만 왜 대부분 경제발전을 못하는지,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신고전파 경제발전론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복잡계 경제관과 진화경제학, 신제도학파 등을 수렴한 신발전이론을 만들었다. 이 이론의 핵심은 차별화다. 지은이는 세계 각국의 경제발전사를 분석한 끝에 “경제발전은 소수의 광기 어린 혁신과 일류 지향성에 의해 촉발된 것”임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또 “선진국은 세계 일류기업, 일류 혁신가들이 몰려들어 경제의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세계 일류들의 집산지”라면서 “일류를 일류로 대접하는 나라는 발전했지만, 일류를 폄훼한 경제는 망했다”고 주장한다. 한국 경제가 최근 10여 년간 주춤거리는 것도 일류를 폄훼하고 질시함으로써 ‘일류 공동화 현상’이 만연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사회정의도 “실패하는 사람이 더 대접받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는 사람들이 우대받는 것”이라 규정한다. 이렇게 하려면 시장 기능의 활성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일류를 일류로 대접하는’ 토대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를 시장 만능주의자로 보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의외라고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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