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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와 다른 생각에도 지도자는 귀 기울여야" 김수환 추기경 동국대 특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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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환 추기경(右)이 28일 서울 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동국대 불교경영자 최고위과정 초청 특강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은 28일 "지난 17대 총선으로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정치의 시대가 열렸다"며 "앞으로 정치권은 말로만 하는 개혁과 상생의 정치를 그만두고 여야가 진지하게 마주 앉아 민생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金추기경은 이날 오후 동국대 불교경영자최고위과정 초청으로 서울 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21세기의 지도자상' 특강에서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과거 3김(金)씨의 카리스마에 의존했던 1인 보스 정치가 사라졌다"며 "향후 정치권은 상대방에 대한 미움과 편 가르기를 중단하고 지역.세대.계층 간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金추기경은 최근 "탄핵 문제로 국론이 분열돼선 안 된다"는 그의 말에 대해 함세웅(咸世雄)신부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하고, 또 촛불.반미시위 등에 대한 그의 반대 입장을 인터넷 신문 등이 비판한 것에 대해 "저를 비판하는 후배가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며, 그들의 지적은 저에게도 큰 교훈을 준다"고 밝혔다.

金추기경은 또 그의 '색깔'을 묻는 질문에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약간 보수적"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보수라고 해도 '굳은 보수'가 아니라 최근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가 말한 것처럼 '바꿔가는 보수(補修)"라고 설명했다.

이어 金추기경은 통일 문제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헌법이 규정하고 있듯이 통일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해야 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희생시키는 통일은 옳지 않다"며 "이를 두고 진보 쪽에서 저를 보수로 규정한다면 저는 보수에 속한다"고 밝혔다.

金추기경은 특히 국민에게 봉사하는 지도자를 요구했다. 그는 "새로 뽑힌 국회의원 가운데 가톨릭 신자가 70여명 되고, 불교.개신교 신자를 합하면 국회의원 299명 대부분이 종교인"이라며 "정치인들은 선거철에만 성당.교회.사찰을 찾지 말고 하느님과 부처님을 믿는다고 고백한 그대로 국민에게 몸을 낮춰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金추기경은 또 "과거 우리나라의 정치는 국민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거나 근심을 안겨주는 부담스러운 존재였다"고 규정하고 "앞으로 정치권은 모든 이를 위해 목숨을 내걸었던 예수의 리더십을 보다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새 시대의 지도자가 가장 갖춰야 할 덕목으로 '나이 예순(耳順)이 돼서 남의 이야기를 잘 듣게 됐다'는 공자(孔子)를 예로 들며 "자기와 생김새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것"을 들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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