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 ‘더 플라이’ 오페라로 날갯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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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오페라가 공상과학영화를 만났다.

인간이 거대한 파리로 변한다는 내용의 컬트 영화 ‘더 플라이’가 오페라로 제작돼 파리에 이어 현재 미국 LA에서 공연중이다.

이 특이한 오페라의 산파는 더 플라이에 이어 영화 ‘반지의 제왕’의 음악을 맡아 아카데미상을 거머줬던 작곡가 하워드 쇼어. 그는 반지의 제왕 작업이 끝나자 30여년간 함께 일해온 더 플라이의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를 찾아간다. 그 자리에서 쇼어는 더 플라이를 오페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더 플라이는 인간의 생체 이동을 연구하던 총망받는 한 과학자가 실험 도중 자신과 파리의 몸이 섞이는 실수가 일어나 서서히 파리 인간으로 변신한다는 줄거리다.

쇼어는 흉칙한 파리 인간으로 변하는 연인을 위해 희생하는 숭고한 사랑 이야기 등의 내용이 오페라에 걸맞다고 설득, 크로넨버그의 동의를 얻어냈다는 것. 크로넨버그는 다만 오페라 대본은 자신이 쓸수 없다고 해 토니상 수상 경력의 중국계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이 합류했다.

이후 쇼어는 플라시도 도밍고가 총감독인 LA오페라단과 접촉, 더 플라이의 오페라화 여부를 타진했다. 제의를 들은 도밍고는 망설였으나 크로넨버그가 감독을 맡는다는 얘기를 듣고는 흔쾌히 동의했다 한다. 제작진은 파리에서 초연을 한뒤 두달 후 미국으로 무대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 2일 파리 테아트르 뒤 샤틀레 극장에서 초연될 때는 도밍고가 라디오프랑스 교향악단을 지휘했다. 이후 오페라단은 본거지인 LA로 건너와 지난 7일부터 27일까지 6차례 공연할 예정이다.

오페라는 공상과학영화를 토대로 한 작품답게 파리로 변한 얼굴 분장 및 공간 이동 장면 등 특수 효과도 훌륭한 눈요기라는 평을 받고 있다.

한편 유명 영화감독들의 오페라 도전은 이 뿐이 아니다. 크로넨버그 외에 우디 앨런, 윌리엄 프리디킨 등도 LA 오페라 무대를 통해 데뷔한다.

영화 ‘맨해튼’ 등으로 유명한 앨런은 푸치니의 삼부작 중 ‘자니 스키키’를, 나머지 두 작품 ‘외투’와 ‘안젤리카 수녀’는 ‘엑소시스트’의 감독 프리디킨이 맡는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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