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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취미·이런 삶] "새처럼 나는 쾌감에 스릴도 만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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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비행하기 위해 헬멧을 쓰고 있는 김동규 서장.

"하늘을 나는 기분이 어떤지 아세요? 말 그대로 '날아가는' 기분입니다."

김동규(56)서귀포경찰서장은 패러글라이딩 14년 경력에 400여차례 비행 기록을 갖고 있다.

그가 패러글라이딩을 만난 사연은 무얼까?

"부산지방경찰청 중부경찰서 경비과장을 할 때였죠. 하루는 신문을 뒤적이는데 여중생 둘이 방학기간 중에 패러글라이딩을 배우고 한달여 만에 공중을 날았다는 거예요. 나이 어린 여학생들도 하는데 내가 못할 이유가 있나 싶더라구요." 1991년 7월의 일이란다.

그는 신문을 본 다음날 부산의 패러글라이딩 동호회를 수소문해 찾아 갔다. 그리고 "나도 날고 싶다"고 생떼를 썼다.

바쁜 업무 탓에 자주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어 배우는 기간이 길었지만 그해 9월 1일 첫 비행에 성공했다. 부산 금정산 정상에서 날아 올라 5분여 동안 하늘에서 인간의 세계를 내려다 봤다.

94년 돌아온 고향 제주도는 역시 그의 보금자리였다. 368개나 펼쳐지는 기생 화산의 장관도 그렇지만 그만큼 박차고 오를 곳도 많았던 것이다. 북제주군 한림읍 금악, 구좌읍 월랑봉, 남제주군 안덕면 군산 등이 그가 즐겨 찾는 활강 포인트다.

그는 바람이 적고, 풍속 변화가 적은 주말을 택해 산으로 오른다. 헬멧과 하네스(안장).글라이더.비상 낙하산 등 20여㎏의 장비를 짊어지고 간다. 별 연락 없이 가지만 현장에서 어김없이 동호인들을 만난다. 이젠 실력이 붙어 비행시간이 30분을 훌쩍 넘어섰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93년 초 경남지역의 어느 야산에서 돌풍에 휘말려 떨어졌는데 글라이더가 나무에 걸려 큰 고생을 했다. 2002년 봄엔 청주에서 바람에 밀려 10㎞를 뒤로 떠밀려 가기도 했다.

그의 비행 이력은 경찰 업무에도 도움을 줬다. 99년 북제주군에서 열린 열기구축제 때 비행중 화재로 1명이 추락사한 사고가 있었다. 사고원인 조사가 난항이었지만 그가 나서면서 수사가 급진전했다.

태권도 7단과 합기도 2단으로 무도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는 "하늘을 날다 보면 제주는 역시 보물이란 점을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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