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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自治서울 1년' 白書낸 조순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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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조순(趙淳)서울시장이 수도 서울의 살림을 꾸려온지 1년-.趙시장은 민선자치 1년을 맞아 발간한 백서 『자치서울 1년』에서『현재의 법.제도및 중앙집권적인 인사.감사제도등이 존속하는한 진정한 의미의 자치행정 구현은 어렵다』고 지적하 고 완전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인사권 확보등 21개항의 대정부 건의안을 제시해 파문을 일으켰다.서울시 역사상 최초로 궂은비 내리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서 취임한 후 시정을 이끌어 오면서 느끼고 체험한 서울시장의 한계를 백서를 통해 지적하고 대정부 포문을 연 것이다.「서울공화국」의 「소통령」으로서 정부와 힘겨루기를 시작한 것일까.본지 수도권팀 김창욱(金昌旭)부장이 趙시장을 만나보았다.
[편집자註] 趙시장은 유난히 하얗고 굵은 눈썹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흰눈썹의 산신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올해 나이 68세.그렇지만 얼굴은 항상 동안이다.단정한 모습에 혈색도 좋다.
건강의 비결은 무엇일까.
『1주일에 두세차례씩 등산을 합니다.오늘도 혜화동 공관에서 오전5시에 일어나 북한산에 올랐어요.오르내리는데 80분정도 걸리지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서 취임한지 1년이 됐습니다.그동안 힘든 일도 많았을텐데요.
『어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그중에서도 역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수습이 가장 힘들었습니다.시체발굴등 현장작업도 어려웠고 보상협의도 쉽지 않았습니다.현장 상황을 보고받을 때면 가슴이 아팠어요.』 -최근 민선 1년을 맞아 발간한 백서에서 지방자치의 걸림돌이 되는 21개 항의 문제점을 지적,파문이 일고 있는데요.
개선가능성은 있습니까.
『법체계나 규정을 바꾸기가 현실적으로 쉽지않습니다.입법과정도그렇고….한꺼번에 모든 것이 개선될 수는 없겠지요.그러나 방향은 개선하는 쪽으로 가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자치행정을 가로막는 법과 규정이 바뀌어야 명실상부한 자치제가 되는 것입니다.
』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입니까.내년이라도 당장 바뀌었으면 하는…. 『인사권 제한을 들고 싶어요.정원조정등 인사과정에서 남의 허가를 받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자치란 것은 스스로 매니지먼트하는 것입니다.지방자치를 한다면서 인사과정에서 정부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한이 있는 이상 실질적인 자치가 불가 능하지요. 현정부의 업적 가운데 역사적으로 가장 평가받을 것중 하나가 바로 지방자치 실시입니다.그렇다면 그 제도가 뿌리내릴 수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할 책임도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 -신한국당측이 『백서 내용이 서울시의 실정등은 언급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중앙정부에 전가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는데…. 『취임 1년을 맞아 「지방자치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개진하고 개선안을 제시했을 뿐인데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정부나 정당을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시장으로서 시정발전을 위해서라면 그 상대가 어떤 정치적 컬러를 지녔든 또 상대가 누구든 관계없이 시정운영상의 문제점을 말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정당이든 대통령이든….』 -「趙시장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책임회피요.저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왔습니다.법을 지켜가며 최선을 다해 시정방향을 잘 잡아왔습니다.안전이나 환경또는 복지분야에서 나름대로 업적도 쌓았습니다.책임회피라니 말도안되는 소립니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권한이양을 요구하면서구청에는 광역행정을 내세워 오히려 시가 위임했던 권한의 환원을요구하고 있습니다.자기모순 아닌가요.
『서울시와 25개 구청의 관계는 일반 도와 시.군.구의 관계와는 다릅니다.서울의 구가 어떻게 생겨났습니까.성북구가 커지니까 도봉구로 갈라지고,또 도봉구가 비대해지니까 강북구로 나뉘어졌습니다.이렇게 분구하는 것은 자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행정의편의를 위한 것입니다.따라서 서울시의 경우 자치를 위한 권한은가려서 이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5개 구청은 자치구가아니라 행정구라는 말씀이신데요.그렇지만 각 구청은 지방자치 정착을 위해 서울시에 도시계획시설결정권등의 이관을 요구하고 있지않습니까.
『물론 구청이 독자적으로 맡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그렇지만 구청이 자체적으로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교통문제를 봅시다.교통난 개선대책은 서울시단위에서 세우고 시행해야지 구단위에서 하면 비능률적입니다.주차단속도 어느 구는 하고 어느 구는 안하면 과연 주차난이 해결되겠습니까.서울시단위에서 정책이 나와야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합니다.』 -민선 1년을 전후해 일부 언론사가 자치단체장에 대한 평가작업을 벌였습니다.
본사가 실시한 단체장 평가에서는 12위에 머무르셨는데 직접 등수를 매긴다면 몇등쯤 필 것 같습니까.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할뿐 몇등이냐 하는 것에 괘념치 않습니다.다만 평가라는 것은 기준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과연평가의 잣대가 얼마나 공정한가 하는 점이 중요합니다.그런데 기준의 객관성이 결여된 것같아요.기준이 왔다갔다하 면 신뢰하기 힘들어요.』 -연말에 당산철교의 철거.보수가 예정돼 있지요.아직도 강구조학회측은 철거 재고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당산철교가 위험하다는 것은 안전진단을 의뢰했던 미국의 「산타페」나 강구조학회나 같은 생각입니다.문제는 위험도가 어느 정도냐 하는 겁니다.산타페 보고서는 굉장히 위협적이었습니다.붕괴위험 뿐만 아니라 탈선위험이 큰 것으로 지적하고 있어요.강구조학회도 위험하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철거보다 보강해 쓰자는 주장인데요.그렇지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시장 입장에서는안전을 보장하는 철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불안한 다리는 빨리 교체하는 것이 최선입니다.그것 이 문명사회가 취해야 할 정도(正道)지요.』 -혼잡통행료 징수등 교통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처방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반대의 목소리도 높습니다.9월부터 실시예정인 혼잡통행료의 경우 남산1.3호 터널에 실시하면 주변 도로의 정체현상등 부작용도 크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아무런 부작용이 없는 정책이 어디에 있겠습니까.혼잡통행료의경우 지금도 많은 비난을 받겠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다소의 부작용은 있겠지요.그렇지만 조정기간을 거쳐 부작용을 하나씩 개선해나가면 새로운 질서와 균형이 자리잡히겠지요.』 -안전문제도 그렇고,교통문제도 그렇고… 거의 전문가가 되신 것 아닙니까.
『1년동안 주야로 교통.안전문제를 생각하다보니 전문적인 실력은 없어도 뭐 육감이랄까,감(感)이 생기던데요.』 -나중에 학위를 따실 수도 있겠습니다.
『(너털웃음을 터뜨리며)서울학연구소같은데서 명예박사학위라도 하나 안주나 생각하고 있어요.』 -서울시계에서 팔당까지의 한강유역이 아직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는데요.경기도에서는폐수와 하수를 마구 버리고 서울시는 대책이 없고.좋은 대안이 없는지요.
『상수원을 제대로 보호하려면 한강 전체를 보호해야 합니다.그러자면 한강상류의 경기.강원.충북등 모든 지자체가 달려들어야 하는데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현실적으로 개선대책 마련이 불가능합니다.때문에 한강보호는 중앙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합니다.』(趙시장은 이 대목에서 책임회피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하철공사의 설계 잘못으로 한쪽에서는 시공,한쪽에서는 땜질공사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개선책은 없는지요. 『서울의 경우 지형여건.지질.도로사정.주변건물등 감안해야 할 요소를 제대로 감안하지 않고 설계했기 때문에 안전상의 결함이 생기는 것입니다.대한토목학회에 5호선에 대한 안전진단을 의뢰,하자를 찾아내고 문제가 된 17개 구간은 보강공 사를 완료했습니다.6호선등 2단계구간은 현재 설계를 보완중입니다.1백%안전이란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사는 만사라고 합니다.시장의 인사철학을 말씀해 주시지요.
『어떤 조직이든 내부에서 자꾸 사람을 키우고 승진시켜야 한다는 것이 소신입니다.경우에 따라서는 외부영입도 필요하지만 내부에서 사람을 길러야지요.사람을 기르기 위해 어느정도 책임과 권한을 줘야 합니다.그래야 자유롭게 일을 하지요.무 슨 일 하나잘못했다고 처벌하면 그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이런 점에서 시청은 사람을 만드는 곳이 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일본의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비슷한 철학이신데요.
『그것은 마쓰시타의 철학이 아니라 동양철학입니다.마쓰시타는 마쓰시타전기가 어떤 회사냐는 물음에 모두 가전.전기제품을 만드는 곳이라고 대답하자 사람을 만드는 곳이라고 했습니다.정말 옳은 얘기입니다.』 -고위간부를 인사할 때 검증을 하십니까.
『별도의 라인을 통해서도 알아봅니다.과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능력이 있는지등을 파악하지요.나이가 많은 것은 문제가 안됩니다.사실 나이가 들어야 제대로 일하는 것 아닙니까.』(趙시장은 최근 시청 일각에서 서울시 산하공사 사장인사에 정실(同鄕)이 개입됐다는 소문이 나도는 것과 관련,감사관실도 아닌 제3,제4의 라인을 통해 능력등을 철저히 검증해 인사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시의회와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좋은 지적과 바람직한 대안도 많이 제시해주고 있습니다.다만한가지 시의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게 있다면 꼭 필요한 경우에만시직원을 소환하거나 자료를 요청해줬으면 하는 것입니다.가뜩이나일손은 부족한데 시의회의 질의 답변 업무등에 매달리다 보면 다른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행정능률을 위해 배려해줬으면 하는 것이 절실한 바람입니다.』 ***신청사 입지연내 확정 방침 -서울시 신청사는 어디로 갑니까.용산이 입지여건이 좋은 것같은데요.
『지난 1월 용산구청이 건의해왔어요.그렇지만 현재 결정된 바는 없습니다.용산을 포함해 지난해 선정된 8개 후보지를 검토.
분석중이에요.연내 공청회등 절차를 거쳐 확정한뒤 내년에 기본설계를 실시할 방침입니다.』 -대권주자가 거론될 때마다 항상 이름이 오르내리는데 생각이 있으신지요.
『(질문을 가로막고 손을 내저으며)아니,아니,아니.그런 얘기는 하지 맙시다.정말 아닌데 곤혹스러워요.』 -「조순대통령만들기」팀이 물밑활동을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입니다.제 마음은 항상 비어있습니다.다만 주변에 저를 아끼는 사람들이 시장직을 충실히 수행할수 있도록 충고와 조언을 해주고 있을 따름입니다.』 -퇴임후 거취는 생각해보셨습니까.
『마치 다시 시장에 출마하려는 듯한 자세로 시정에 전념하겠다는 생각만 해왔습니다.그이상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재출마를 하시겠다는 뜻입니까.
『그런 자세로 시정수행에 전력투구하겠다는 뜻입니다.글쎄요,2년후가 되면 「휴-」하고 한숨 내쉬며 빨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어요.』 [정리=박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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