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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2권중 5권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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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소설가 이문열이 문학청년 시절 그를 사로잡은 세계 명작 단편1백20편을 모아 스스로 작품을 해설하고 독후감을 붙인 12권짜리 『이문열 세계명작 산책』의 1차분 5권이 살림출판사에서 최근 출간됐다.나머지 7권은 연말까지 차례로 소 개된다.
최고 인기작가 이문열에게 문학적 토양이 되고 자양분을 제공한작품들은 과연 어떤 것들일까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그 시절 이 소설들을 읽고 느낀바 그의 문학적 사색의 일단을 본다는 점에서 「이문열의 젊은 날의 독서 초상」이라 부를 만한 전집이다. 당초 서구문학의 「전범(典範)」을 찾겠다는 의도에서 기획됐으나 실제로는 이씨가 책머리에서 밝히듯 자신의 독서범위 내에서주관적으로 선정하게 됐고,이로인해 한 유명작가의 단편 섭렵을 정리하고 알게 되는 이색 전집이 나오게 된 것이다 .
선정은 이씨가 문학수업시절 적은 문학일기에 담긴 4백여편의 단편을 바탕으로 하고 서구의 유명한 문학이론가들의 세계명작선을참고해 선정했다.
세종대의 문학강의에서 얻어진 대학생들의 반응도 참고했다.이 전집에 실린 이씨의 작품해설은 원고지 1천5백장 분량.
전집에 실린 동양 단편은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서정가』,미시마 유키오의 『우국』등 15편.알퐁스 도데의 『별』,토머스 하디의 『환상을 쫓는 여인』등 80여편은 현대어로 새롭게 번역했다. 사랑.죽음.성장.삶의 반전.순수와 서정등 삶의 다양한 주제를 12개로 나눠 각권 10편씩 묶었다.
첫권인 『사랑의 여러 빛깔』에는 생식본능.욕정.초월을 지향하는 인간의 정신력등 다양하게 정의되는 사랑의 본질을 느끼게 하는 단편이 실려 있다.
샤토브리앙의 『르네』,테오도르 슈토름의 『호수』,안톤 체호프의 『귀여운 여인』,토머스 하디의 『환상을 쫓는 여인』,알퐁스도데의 『별』등 주옥같은 단편들이다.
이중 이문열의 초기 문장 수업과 정서에 가장 뚜렷한 영향을 준 작품은 샤토브리앙의 『르네』와 알퐁스 도데의 『별』이다.
프랑스의 앙시앵 레짐이 대혁명으로 무너지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르네』는 프랑스 낭만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작품.
평론가들은 이 작품에서 근친상간을 이야기하지만 이문열에게는 초월적인 사랑과 격조높은 문장으로 기억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별』은 지난 66년 가을 대학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이씨에게 신열(身熱)을 안겨주면서 낙방의 고배를 마시게 했던 작품.
『별』에서 받은 감동이 햇볕에 바래질까 두려워 골방 창문을 굳게 잠궜다는 저자의 고백은 이 작품을 다시 한번 읽도록 유혹하기에 충분하다.이씨는 이 작품의 맛을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한 그리움과 닿을 수 없는 곳에의 동경」이라고 표 현한다.
둘째권 『죽음의 미학』에서는 할복으로 삶을 마감한 일본 작가미시마 유키오의 『우국』,헤르만 헤세의 『크눌프』,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등이 눈에 띈다.
이중 머무를 수 없는 영혼의 쓸쓸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인 『크눌프』가 바로 젊은 날 이씨의 정신적인 동반자 역할을 했다고 한다.1차분의 나머지 테마는 『성장과 눈뜸』『환상과 기상(奇想)』『삶의 어두운 진상』등이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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