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엔低활용 수출 온힘-철강등 가격낮춰 시장공략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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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엔화가 달러당 1백10엔대까지 내려가면서 일본기업들이 수출가격 인하등을 통한 적극적인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올해 환율을 달러당 1백엔으로 설정,경영계획을 짜놓았던 대부분의 일본 수출기업들은 엔화가치가 이보다 더 떨어짐에 따라 채산성 향상과 함께 수출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력을 갖게됐다.
자동차의 경우 닛산이 지난달 10일부터 대미(對美)완성차 수출가격을 평균 3% 인하했으며 도요타.혼다등이 뒤따를 움직임을보이고 있다.
일본자동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91년 30.2%에서 점차 하락해 현재는 28%선.일본자동차업체들은 『엔화 약세로 미국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미국업계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시기선택에 고심하고 있을 뿐 수출가격 인하는 불가피하다고판단하고 있다.
미국과 대만세에 눌려온 일본 컴퓨터업체들도 홀로서기에 나서고있다. 대만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컴퓨터를 조달해온 히타치는 하반기부터 판매물량 전부를 국내에서 생산하기로했으며 후지쓰.도시바등도 경쟁력을 가진 액정표시장치(LCD)와2차전지를 무기로 수출영역을 넓히기로 했다.
감량경영과 생산성 합리화에 주력해온 일본 철강.조선업계는 엔화가치 하락에 힘입어 경쟁관계였던 한국을 압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니혼(新日本)제철등은 지난해말 4백달러였던 핫코일 수출 오퍼가격을 최근 20%인하한 당 3백20달러로 떨어뜨려 동남아는물론 한국시장에까지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 조선업체들도 연금리 3%의 파격적인 금융조건에다 한국보다 낮은 가격으로 국제수주시장을 휩쓸어 올해 수주물량이 한국보다 3배나 많은 상태다.
그러나 일본수출기업들이 엔화가치 하락만큼의 충분한 환율효과를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일본은 급격한 엔고 충격완화를 위해 그동안 수출의 절반정도를 달러대신 엔화표시로 바꾼상태며 기업들도 해외생산을 급속히 늘려왔기 때문이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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