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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전문인력 교육기관 없어-역할비해 주먹구구 실무자양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우아한 고전발레를 보러가든,파격적인 현대무용을 보러가든 항상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은 화려한 무용수들뿐.「슈투트가르트의 월드스타 강수진이 지젤을 어떻게 연기할까,국립발레단의 이재신이 키트리를 어떻게 소화할까」하는 것이 관객들의 거의 유일한 관심사다. 하지만 막이 오르는 오후7시30분 이전 낮에 공연장에 가서 리허설을 보면 겉으로 드러난 스타는 공연의 일부분에 지나지않는다는 것을 쉽게 느낄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의상 대신 땀범벅이 된 티셔츠와 타이즈를 신고 가쁘게몰아쉬는 숨소리만 들리는 무용수에게서 평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는 어렵다.조명과 음향.의상등 모든 것이 제대로 갖춰져야 스타들이 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사 실을 비로소 알게 된다.
이처럼 무대 뒤 분야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이를 맡을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해 무용 발전에 걸림돌이되고 있다.
서울에서 무용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은 예술의전당과 국립극장.
문예회관 정도.
이중 그나마 형편이 좋은 곳은 국립극장.무대과를 별도로 두고70여명의 인원이 음향.조명.의상.장치.소품.장신구.기계.작화등 세분화된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하지만 국립발레단을 비롯해 7개 전속단체가 있고 대관공연과 해외.지방 순회 공연 때도 이인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다.그나마도 전문교육을 받은 경우보다 취직한 후 어깨너머로 배워 일하는 경우가 더 많은 실정이다.
지방의 경우 불모지나 다름없다.시.도마다 문화예술회관을 두고있으나 이를 제대로 활용할 만한 무대인력이 전혀 없어 공연 때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도청의 전기기술자가 조명을 맡을 때도있다. 무대인력 사정이 이처럼 나쁜 것은 무대인력을 키울 교육기관이 전무하기 때문.
미국등 무대분야 선진국에서는 뉴욕대등 여러 대학에 정식과정이있어 1차교육은 물론 실무자의 재교육까지 맡고 있다.
무용공연은 아니지만 지난 94년 일본인의 연출로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됐던 오페라 『나비부인』을 생각하면 외국과 국내와의 실력차가 얼마나 큰지 금방 알 수 있다.당시 오페라 극장은 평균1백20종의 조명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공연에 서는 6백80여종의 다양한 조명과 과감한 이동식 무대장치로 공연의 질과는 상관없이 국내 무대 관계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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