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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촬영지 기행 - 남양주 종합 촬영소

중앙일보

입력

영화촬영지에서 시대를 가로지르며 걷기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 100번지. 이곳에 가면 누구나 영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사십만 평에 달하는 부지에 약 7백억 원의 자본을 투자해서 조성한 ‘남양주 종합 촬영소’가 더 없이 훌륭한 배경이 되어 준다. 남양주 종합촬영소는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과 일반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각종 야외 세트장이며 다양한 실내세트와 소품, 더불어 편집 믹싱 등을 할 수 있는 작업 공간까지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어서 흥미를 더한다.

야외 세트장 투어

남양주 종합 촬영소에서 가장 먼저 가봐야 할 곳은 임권택 감독이 영화 <취화선>을 촬영한 세트장이다. <취화선>은 조선후기 천재 화가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로 임권택 감독에게 칸느영화제 감독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19세기 말 조선시대 종로 거리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세트는 총 2765평으로 그 규모에서부터 방문객을 압도한다. 총 22억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세트장은 많은 제작비를 투자한 덕분에 내내 토속적이면서도 견고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기와집 26동과 초가집 31동 그리고 양반집과 중인집, 기생집, 상점, 주막 등의 건물이 나무와 황토, 초가 등 모두 당시의 재료로 지어졌다. 흠잡을 데 없이 잘 구성된 세트는 조선시대 마을 하나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 거의 완벽하다.
건축 당시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옥건축 문화재 기능 보유자가 함께 참여했다고 한다. 고증에 힘을 쓴 결과일까. 양반과 하인이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나올 것 같은 기와집 대문이며 볏짚을 수북하게 뒤집어쓰고 있는 초가집 앞을 지나노라면 마치 세트장이 아닌 현실세계를 걷는 것만 같다. 사람들의 눈이 크게 미치지 않는 곳까지 도랑을 만들어 물이 흐르게 하고 조약돌로 자연스럽게 꾸며놓는 등 곳곳에서 정성이 묻어난다.
건물을 획일적으로 배치하지 않은 덕에 더욱 걸을 만하다. 자연스럽게 세워진 건물과 건물 사이로 진짜 골목길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 구불구불 굽이진 골목들은 과거로의 여행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사이사이에 난 들꽃과 풀들은 시골길을 걷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당시 기와집들이 늘어선 넓은 골목으로는 양반이나 지체 높은 양반들이 지나다녔다. 이들이 행차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죽도록 곤장을 맞았다고 한다. 일반 사람들은 양반 행차를 피해 초가집 뒷골목으로 다녔는데 이곳이 바로 피맛골이다. 종로의 그 유명한 먹을거리 골목 피맛골은 이제 사라져가지만 남양주에서만큼은 원형을 복원해 놓고 있다. 좁은 골목은 사람들이 지나치면서 서로의 어깨를 부딪치게 하고 낮은 초가지붕은 머리를 스치게 하니 질퍽했던 당시의 삶이 느껴지기도 한다.

피맛골을 쭉 따라가보면 장승업이 살던 집이 나오는데, 이 집 옆에 보면 장승업이 스승으로부터 그림을 배웠다고 하는 육교화방이 있다. 들어가 보면 멋진 정자와 소나무가 있는데 이 소나무는 전남 해남에서 실어왔으며, 돌담은 전남 토말의 수몰 예정지에서 흙돌담을 그대로 가져와 쌓았다고 하니 제작진의 노고가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영화 <취화선> 뿐만 아니라 1000만 관객의 신화인 <왕의 남자>도 이곳에서 촬영 되었으며 또한 <취화선>이후로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인 <천년학>도 이곳에서 촬영되었으니 영화 역사상 뜻 깊은 곳이 아닐 수 없다.

취화선 세트 아래에는 조선시대 세트인 영화 <형사> 세트가 있다. 이명세 감독의 무협 사극 영화인 <형사>를 위해 2500평 규모에 세워진 이 세트는 영화 안에서 미술적인 부분을 중점적으로 이끄는 이명세 감독의 스타일에 맞춰 퓨전적인 세트로 거듭났다. 대부분의 영화 세트가 그렇듯 이곳도 겉으로 보기에는 짓다만 건물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꽤나 디테일하고 화려하다. 취화선 세트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이 세트장은 주로 홍등가와 장터의 모습이 주를 이루었다. 더불어 한쪽 구석에는 야외 식당이 자리 잡고 있어서 더욱 생생한 장터의 풍경을 맛볼 수 있다. <형사>이후 이곳에서는 영화 <음란서생>, 최근의 <다찌마와리>까지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이 이뤄졌다.

<형사> 세트 옆에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촬영한 판문점 세트가 있다. 실제 판문점에서는 촬영이 불가능해서 이곳에다 판문점을 그대로 옮겨와 지은 국내 유일의 판문점 세트장이다. 8천여 평 부지에 9억 원을 들여 판문점 외에도 판문각, 팔각정, 회담장, 초도소 등을 지어놓았다.

취화선 세트 옆쪽으로는 산속으로 이어지는 길이 하나 나 있다. 이 길을 쭉 따라가 보면 단아하게 잘 지어진 ‘운당’이라는 가옥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전통한옥세트로서 이곳에는 본채, 안채, 사랑채, 행랑채, 별당, 문간채 등의 건물 뿐 아니라 우물, 장독대, 굴뚝, 사주문, 일각문 등의 부속 건물이 들어서 있다.

조선 후기 양반가옥으로 원래 종로구 운니동에 있던 운당여관이라는 건물을 이곳으로 이전 복원한 곳으로 세트라는 느낌보다 유물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 운당여관은 바둑 대국으로 유명했던 곳이라고 한다. <영원한 제국>을 비롯하여 <비천무>, <가문의 영광>시리즈, <왕의 남자>, <황진이> 등 전통 한옥이 필요한 많은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 되었다.

열거한 네 곳의 야외 세트장은 찍는 영화의 성격에 따라 건물을 추가 하거나 변형하며 조금씩 그 색깔이 바뀐다. 대부분 찍고 난 후 원상 복구를 하기도 하지만 그대로 남기고 가는 경우도 있어 찍은 영화의 열기를 바로 느끼기에는 그만인 곳이다. 더욱이 주차장 쪽 넓은 공터에는 그때그때 세트장 들이 지어졌다 헐어졌다 한다고 하니 한국 영화 현장의 메카를 눈으로 직접 느껴보기에는 마침맞다.

그 밖의 부속 시설들

남양주 종합 촬영소에는 야외 세트장 말고도 영화 제작에 필요한 기능적인 공간들이 있다.
다양한 크기의 6개의 실내 스튜디오와 미술의상 소품실이 있는 영상지원센터, 그리고 영화 후반 작업에 사용되는 대사, 음향 등의 녹음시설이 있는 영상관이 그것이다.

영상지원센터 안에는 영화문화관, 영상원리체험관, 영상체험관, 미니어처체험전시관, 법정세트 등 다양한 체험 관람 시설이 있어 일반인들의 영화 제작에 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영상관 안에 있는 극장에서는 최신 개봉 영화를 무료로 관람 할 수가 있다. 단 영상지원세터 안에 매점이 있어 간단한 간식은 구매 할 수 있으나 식당이 없으니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관람시간

매주 월요일 휴관
3월-10월 : 10:00-18:00
11월-2월 : 10:00-17:00

입장료

대인 3000원 / 중고생 2500원 / 노인,어린이,군인 2000원 /
주차장 무료 이용 (031-5790-605 종합안내실)

워크홀릭 담당 기자 설은영 enyoung@joongang.co.kr
사진 이한얼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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