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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단어장 들고 미친 듯이 외웠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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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에 와 있는 3만3650명에 이르는 중국 유학생과 국내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서로 접촉할 기회가 많아진다면 상호 이해를 높이는 것은 물론, 한국 학생들의 중국어 실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중 우호협회와 주한중국문화원이 공동 개최하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후원한 ‘전국 고등학생 중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이지연(18·경기 주엽고 3·사진)양이 대회에서 한 말이다. 그의 발표 주제는 ‘유학생과 HSK(한어수평고시: 중국어 능력시험)’였다.

올해로 8회를 맞은 대회는 5일 서울 금호아시아나 빌딩에서 결선 진출자 20명이 참가한 가운데 중국 거주 경험 유무에 따라 A와 B 두 개조로 나눠 진행됐다. 이 양은 중국 체류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 학생들끼리 겨룬 B조에서 중국인 뺨치는 말하기 능력과 차분한 표현력으로 대상을 차지했다. 그는 심사위원들로부터 “발음이 깨끗하고 명확한데다 음의 높낮이 폭이 넓어 설득력이 뛰어났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양은 중국어로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회화를 꼽았다.

“중국인을 만날 기회가 도무지 없었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중국중앙방송(CC-TV)에 나오는 아나운서를 보면서 말 따라하기였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감각도 익혔고요.” 이날 발표 주제는 이런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중국어를 잘하는 비결로 단어 공부를 꼽았다. “외국어 공부는 뭐니 뭐니 해도 단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어장을 들고 미친 듯이 외웠어요. 문법은 별도로 시간을 투자하기보다 다독으로 해결했죠. 중국 드라마를 열심히 본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 양이 중국어 공부를 시작한 기간은 3년에 불과하다. 이번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학교 친구 남도연 양과 중학교 3년 때 손가락을 걸고 중국어로 승부를 겨루자고 약속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학교는 물론 학원 등을 오가며 갈고 닦은 중국어 실력이 이제는 중국인으로 오인당할 수준에 올랐다.

“무엇이든 한 번 잡으면 푹 빠지는 성격도 큰 도움이 됐어요. 남들이 어렵다고 말하는 중국어를 정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열정이 아닐까 싶어요.”

이 양은 중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경제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학에서 동북아 물류학을 공부해 21세기 동북아시아 물류 시대의 주역이 되고 싶어요. 중국어 공부는 이 꿈의 실현을 위한 준비 과정일 뿐이에요.”

한편, 중국 장기체류 경험이 있는 학생들끼리 겨룬 이날 대회의 A조 부문에선 윤하진(16·고양외고 1년) 군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글·사진=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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