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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개발이 만든 거대한 시궁창-시화호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과연 21세기 「환경의 세기」를 앞둔 우리의 환경시계는 몇시인가.환경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국토개발이 빚어낸 「시화호의 비극」은 자연보전을 무시한 인간들에게 무서운 경종이 되고있다.시화호 물 방류방침을 계기로 시화호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대책등을 짚어본다.
[편집자註] 수자원공사와 농어촌진흥공사는 87년4월 방조제 착공당시 안산시대부동 방아머리에서 시흥시 오이도에 이르는 12.7㎞의 둑으로 가두어진 3억3천만의 바닷물을 모두 바다로 흘려보내고 1천7백만평의 호수에 민물을 담아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94년1월 방조제 완공이후 계속된 수질악화에 따른 「썩은 물」 방류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그림 참조〉 일부에서는 시화호 수질관리가 어려운 만큼 매립하거나 둑을 허무는 방안을 거론하기도 한다.그러나 이는 시화지구 간척지 종합개발 사업 자체를 백지화한다는 점에서 소수의견에 그치고 있다.
정부의 시화호 대책은▶주변 환경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호숫물을교체하고▶썩은 물에 오염된 호수 바닥을 준설하는 한편▶주변에 환경기초시설을 설치한 뒤 담수를 담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환경부는 『염도 2%로 바닷물과 다름없는 시화호의 물이 더욱 썩어가고 장마가 오기전에 물을 빼내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2차적인 해양오염 방지에 대한 아무런 대책없이물을 방류하려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환경운동연합 최열(崔冽)사무총장은 『오염된 물에 가장 민감한 해양생물에 미치는 영향이나 대책을 고려하지 않고 엄청난 양을 빼내려는 것은 시화호 오염에 대한 증거인멸 기도』라고까지 비판하고 있다. 시화호는 하천수량이 적어 유입원수를 빗물에 의존하는 호수다.이런 호수에 안산지역 생활하수와 반월.시화공단내 1천6백여개 금속.기계.화학.섬유 업체들이 흘려보낸 폐수가 그대로 유입돼 거대한 시궁창이 된 것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각종 폐수와 생활하수가 급격히 늘고있는 신흥도시 주변에 오염방지 대책없이 물막이 공사를 벌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화 처리시설 부족으로 하루 36만에 달하는 유역 오.폐수 가운데 절반가량인 18만4천이 유입되고 반월공단 폐수 11만8천중 상당량은 잘못 연결된 빗물하수구로 흘러들고 있다.
이로 인해 시화호 수질은 계속 악화돼 왔다.화학적 산소요구량(COD)기준으로 방조제를 막기전인 지난 89년 1.8이던 것이 94년 5.7,95년 11.1을 보이다가 올들어 4월말 현재 14.4으로 높아졌다.농업용수는 물론 공업용수 (8)로도 사용이 불가능하다.더욱 큰 문제는 주변지역의 환경기초시설 미비로 시간이 갈수록 오염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현재 12만처리용량의 안산하수처리장을 38만5천으로 늘리고 시화하수처리장(6만)을 증설하는등 환경기초시설 확충이 추진되고는 있다.그러나완전한 오염방지시설 사업에 최고 2조원이 들것으로 보여 엄두를못내고 있는 형편이다.
시화호 밑바닥 퇴적토의 중금속 오염도 심각한 상태다.지난 94년 수자원공사 조사에 따르면 호수안 저질토(개펄)의 중금속 함량은 수은이 20.81으로 자연함유량 5.38에 비해 4배 가까이 높은 것을 비롯,아연이 129.15(32배 ).구리 52.83(17배)으로 나타났다.
안산 YMCA 김갑곤(金甲坤)간사는 『퇴적오염 물질을 제거하지 않을 경우 새 물을 갈아넣는다고 해도 계속되는 오염현상을 막아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곳의 생물종들도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지난해 한국해양연구소는 『10여년전 1백6종에 달하던 물 밑바닥 생물종수가 89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시화호 연혁및 규모 .착공:87년4월 .완공:94년1월 .방조제길이:12.7㎞(세계2위) .호수면적:1천7백만평(여의도의 20배) .총저수용량:3억3천2백만 .총투자비:4천9백30억원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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