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기지 업체에 “2000억 달러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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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불안의 진원지인 모기지 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최고 2000억 달러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두 회사의 경영진은 부실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과 제임스 록하트 연방주택금융지원국(FHFA) 국장은 7일 오전 11시(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두 회사가 망하면 미국과 국제 금융시장에 너무 큰 혼란이 초래할 것이므로 당분간 두 회사를 정부 관리하에 두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 경영은 FHFA가 맡게 된다. 재무부는 두 회사에 각각 최고 1000억 달러씩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과 맞먹는 금액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FHFA가 투입된 공적자금을 바탕으로 두 회사가 발행 또는 보증한 채권을 시장에서 사들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채권은 모두 상환이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두 회사 채권에 380억 달러(약 42조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미 재무부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통해 두 회사의 재무상태를 점검한 결과 모기지 보증에서 149억 달러의 손실을 낸 뒤 이를 별 문제 없이 보이도록 회계 장부를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이를 보고받은 폴슨 장관은 지난 주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제임스 록하트 FHFA 국장과 함께 두 회사의 정상화 방안을 조율했다.

이 자리에는 대니얼 머드 패니메이 최고경영자(CEO)와 리처드 사이론 프레디맥 CEO도 참석했으며 정부 관계자들은 이들에게 교체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니메이의 후임 CEO로는 허브 앨리슨 전 메릴린치 부회장이 선임됐다. 프레디 맥은 데이비드 모페 전 US반코프 부회장이 이끌게 됐다.

정부 보증기업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민간 모기지 업체의 대출 자산을 사들인 뒤 이를 묶어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주택금융시장을 떠받쳐왔다. 두 회사가 보유하거나 보증한 모기지는 미국 전체 주택대출의 절반 가량인 5조2000억 달러에 이른다. 

두 회사의 손실액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주택 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모기지은행연합회(MBA)에 따르면 전체 주택 중 2분기에 새로 차압에 들어간 주택의 비율이 1.19%로 29년 만에 처음으로 1%를 넘었다. 2분기 모기지 연체율도 6.41%로 전분기의 6.35%보다 높아졌다.

고용 사정도 악화 일로다. 미 노동부는 8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전달보다 8만4000명 줄었다고 5일 발표했다. 7월의 7만5000명보다도 감소 폭이 커진 것이다. 실업률은 6.1%로 5년 만에 최고치에 이르렀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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