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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싯잎 송편 대박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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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옥당바이오식품’의 정정범 대표가 부인 유영순씨와 함께 송편 상자들을 택배로 부치기 위해 주문자의 주소가 쓰인 종이를 붙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원래 추석 때는 더 많이 팔리는데, 이번에는 엄청나요. ‘송편대란’이예요.”

영광군 영광읍 ‘장산떡집’은 이미 지난 주 중반에 모싯잎 송편 주문 접수를 마감했다. 그간 예약 받은 것을 만들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다. 주인 양영숙(48)씨는 “20년 가량 송편 장사를 해 왔는 데 이번 대목처럼 큰 재미를 본 적이 없다. 다른 들이 다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영광군 모싯잎 송편집들이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본지 8월 29일자에 영광 모싯잎 송편에 대한 기사가 실린 뒤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광군에 따르면 중앙일보 보도 후 군청으로 송편집 전화번호를 문의하는 전화가 낮과 밤,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일까지 열흘 동안 모두 1만 건이 넘는다.

이는 독자들이 114 안내에서 전화번호를 얻어, 군청을 거치지 않고 기사에 나온 업소에 직접 전화한 것은 뺀 수치다. 이 같은 전화도 수천 통이다.

기사가 나온 첫 날은 군청에 5000건 가까이 문의 전화가 몰려, 지역경제과 직원 14명이 다른 업무를 제쳐둔 채 수화기와 씨름했다. 수도권과 영남지역에서 오는 전화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영광군은 전화 주문을 송편집들이 나눠 갖게 하기 위해 등록한 34곳을 고루 안내해 줬다. 김명강 영광군 특화사업담당은 “ ‘중앙일보 보도 특수’를 지난 열흘 간 업소마다 500만~1000만원은 본 것 같다. 모두 폭주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중에 나온 송편집들은 주문이 특히 많이 몰려, 예년 추석 대목 매상이나 당초의 목표 금액보다 여러 배의 재미를 보고 있다.

모싯잎 송편 원조 격인 ‘서울떡집’은 종일 전화를 걸어도 통화가 이뤄지기 힘들 정도다. 또 종업원을 더 구할 수 없어 친인척들까지 동원해 송편을 빚어도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주인 성명순(70·여)씨는 “전국 도시 떡집 40여 곳에 대 주던 도매 물량을 전부 끊은 채 전화 주문량만 보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옥당바이오식품’의 경우 서울의 한 경제단체로부터 약 2000상자짜리 대형 주문을 받기도 했다. 이 회사의 정정범(45) 대표는 “영광 모싯잎 송편이 올해 추석은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 굴비에 이은 영광 특산품으로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발전 대책=영광군은 송편집들을 대상으로 친절과 위생, 배송 등에 대해 지도를 강화했다. 업주들에게 갑자기 늘어난 주문량을 대충 만들어 보내거나 제때 배달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안기권 지역경제과장은 “모싯잎 송편이 완전히 떴다. 이 기회를 잘 살리기 위해 종합대책을 세우고 업소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영광군은 내년부터 2011년까지 30억원(국비 15억원, 군비 12억원, 자부담 3억원)을 보조, 송편집들의 시설 개선 등을 돕기로 했다.

모시 품종을 개량하고, 모시와 송편을 소재로 하는 축제도 열기로 했다. 또 지리적 표시 등록을 위해 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겨 놓았다.

정기호 영광군수는 “내년 추석 대목부터는 택배 요금의 일부를 지원해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송편은 25개가 든 한 상자가 1만원이어서 값이 싼 편이지만, 택배 요금이 4000원이나 돼 고객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이해석 기자 , 사진=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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