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사임은 총선 승리 위한 전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사진) 일본 총리의 깜짝 사임 발표는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 전략이라고 아사히(朝日)신문이 7일 보도했다.

“야당의 공세에 힘없이 휘둘리다 임시국회 개회를 코앞에 두고 내던지듯 총리직에서 물러났다”는 비난 여론과 달리 중의원 해산과 총선 승리까지 염두에 둔 정치적 결단이었다는 것이다. 자민당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는 뜻이다.

후쿠다 총리는 사임 발표 세 시간여 전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간사장과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관방장관을 불러 사임 의사를 전한 뒤 “이 일정대로 총재 선거를 치러 달라”고 주문했다. 만류하는 두 사람에게 후쿠다는 “내년 9월의 중의원 임기 말까지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갈 것”이라며 “상대방(민주당)에 몰려서 중의원을 해산하기보다는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이기는 쪽으로 정국을 몰아가야 한다”고 설득했다. 자신의 임기 중에 민주당의 중의원 해산 압력에 몰리듯이 총선을 실시하기보다 임시 국회가 열리기 전에 자신이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새 내각 지지율이 높을 때 총선거를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는 지난 11개월간의 국정 운영 경험을 통해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 민주당 대표와 자신의 대결 구도로는 지금의 정국을 타개하지 못한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후쿠다는 끝까지 주저하는 아소에게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을지 모르지만 지금 그만두는 것이 가장 책임감 있는 행동이다. 실기하면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후쿠다는 다음 날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곧 열릴 총재 선거에서 국민이 기대할 만한 기운 넘치는 자민당을 보여 달라. 이 기회를 철저하게 활용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5명 이상이 입후보하는 가운데 여론의 주목을 받으며 ‘민주 공세, 자민 수세’의 구도를 역전시켰다.

자민당 내에서도 새 총리 효과가 있을 때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판단, 이달 중 자민당 출신 새 총리가 취임하면 다음 달 초 중의원을 해산하고 11월 초 총선을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