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타이 차림 실무논의 '열린정상회담'-韓.日정상 제주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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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3일 오전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한.일정상회담은 우리나라 외교사상 첫 기록 하나를 세우게 된다.
양국정상들이 조찬을 겸한 단독회담에서는 물론 공식회담에서도 넥타이를 매지 않는 콤비차림으로 마주앉게 되는 것이다.이 노타이 형식은 한.일 양국이 유럽 국가정상들처럼 편한 시간 편한 장소로 상대국을 방문해 현안을 논의하는 「완전 실 무회담」에 익숙해져가고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작년.재작년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 때도 노타이였으나 그것은 정상 10여명이 모인 일종의 집단회의였다.
93년11월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일본총리와 가진 경주정상회담에서도 양 정상은 기자회견장에 노타이로 등장했지만 회담만은 정장의 격식을 차렸다.
「격식없는 실무」라는 성격은 여러군데서 드러난다.1박2일 18시간 체류,제주라는 시공(時空)도 그렇지만 22일 저녁의 만찬도 양국에서 20명 정도만 참석하는 소규모고 더욱이 만찬사도하지 않기로 했다.양국은 공동선언이나 발표문도 준비하지 않고 있으며 23일 정상회담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모두(冒頭)발언정도만 예정하고 있다.
이같은 격식파괴는 작금 양국을 둘러싼 현안들의 처리방식과도 관계가 있는 듯하다.
정부의 외교당국자들은 이번 회담이 월드컵을 계기로 추진된 만큼 양국의 발목을 잡는 무거운 과거문제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논하는 것이 바람직하고,그러기 위해서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는 배려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 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국측에서 과거사.독도.위안부를 건너뛰는것이 아니고 이번에 이를 무게있고 엄중하게 다루는 것은 피하자는 것이다.유종하(柳宗夏)청와대외교안보수석은 『일본정상이 공식방문해 양국이 모든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 면 양국정상이자유롭게 이야기하는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서귀포=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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